당신은 절사 되셨습니다.
아, 죽었다는 말은 아니고요.
숱한 감정들 언저리 어디인가 있다가 없다가
층고 낮은 도심 속 컴컴한 곳에서
간혹 새어 나오는 불빛처럼 노쇠한 주기로
마음대로 왔다가 가곤 합니다.
아쉽지는 않아요.
실재하지만 당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꼭 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 마음은
수십 번 아물어져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방어기제라 해도 좋지만
나에게 지적할 만큼 지척에 있지 않은 것도 알아요.
우습죠. 이미 부서진 파도를 보고 아쉬워한다는 게 말이에요. 이거는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해요.
당신의 지나온 날들이 60 프레임 8k 30시간 영상이라면 나는 그중 고작 몇 프레임 아니 한 프레임 몇 픽셀에 미치지 않을 것도 알아요.
나는 조금 느린 편이라
이제야 당신이 머물었던 곳에 쉼표를 두고,
여전히 실재하지만 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합니다.
나는 절사 되었습니다.
아, 잘 살고 있다는 말은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