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by B시인

너도 설레었겠지

알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은근한 욕심이


다를 줄 알았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는 감탄과

정말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던 환상이


계절은 네 번이나 바뀌는데

갈아입지도 못하는 우리의 관계는

지금의 날씨처럼 덥고 습했지


그러던 어느 날

아니 평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던 그날

물놀이할 때 버리려고 챙겨간 헌 옷처럼

오랜만에 나를 챙겨서 고이 버렸지


너도 예상했겠지만 이라는

말 뒤에 했던 말은 기억도 나지 않아

마침 빛과 물이 만나 비치는 윤슬처럼


물결이 일지 않거나 빛이 비치지 않았으면

우리는 설레지 않았을 텐데

덥고 습하지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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