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에 이름표를 붙였더니

(나를 알아가는 시간5)

by 희유

Episode. 질투


나는 한동안,
내가 질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질투는
자존감이 낮거나,
아직 마음이 단단해지기 전의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믿었다.


비교하고,
시기하고,
뒤에서 흉보고,
잘되는 사람 깎아내리는 것.


그게 질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나는 묵묵히 내 길 가는 사람이야."


그런데 사실,
나는 스무 살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
질투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대학교 때,
무슨 일이든 쉽게 해내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두 시간 붙잡고 씨름하던
프로그래밍 과제를,
그 친구는 이십 분 만에 끝냈다.


내가 며칠 밤을 새워 준비한 시험을,
그 친구는 몇 시간 속성과외로
가볍게 풀어냈다.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송국에 인맥이 많아
전문 방송인에게 비밀과외를 받던 동기,
그리고 빠르게 합격한 그 친구.


나는 속이 끓었다.


겉으로는 축하하며 웃었지만,
속으로는 비난이 세어 나왔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 게 아니네.“
"학연, 지연, 혈연 덕이지."
"실력만으로 된 건 아니잖아."


나는 그 말들로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감정의 이름이
질투라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날이 서 있던 감정의 진짜 방향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는 걸.


나는 사실,
무척 잘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 분야에서.
그 자리에서.
그 무대 위에서.


질투는 미움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욕심이 있었다.


'나도 거기 서고 싶다'는 욕심.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이 감정에 이름을 붙였다.


"아,
나는 지금
꿈을 질투하고 있구나."


그 순간부터
감정이 달라졌다.


남을 향하던 시선이
조용히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
나는 뭘 잘하지?"


그때부터 인생이 바뀌었다.


프로그래밍 대신,
논문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했다.


사람 앞에서
지식을 풀어내는 능력이
나의 강점이라는 걸 알았다.


인맥 대신,
뉴스 리딩 실력을 파고들었다.


결국 나는,
지방 방송국에서
실력으로 첫 일을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질투는
없애는 감정이 아니라,
번역해야 할 감정이라는 걸.


질투를
열등감으로 번역하면 인생이 망가지고,


질투를
욕망으로 번역하면 인생이 바뀐다.


지금,
누군가의 삶이 불편한가.


괜히 비교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그건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다.


그건,
당신이 아직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오늘,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자.


부러움.
동경.
욕심.
갈망.


그리고 묻자.

"내 감정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걸까."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질투는,
나를 깨우는 신호다.




Epilogue.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오후


참을 일이 많았고,
삼킬 말이 많았고,
접어둔 마음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신,
모두 이렇게 묶어버립니다.


'괜찮음.'


슬퍼도 괜찮음.
서운해도 괜찮음.
속상해도 괜찮음.


괜찮다는 말로
마음을 계속 눌러놓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무너집니다.


저는 한동안,
제가 예민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저는 감정의 진짜 모습을 몰라서
힘든 사람이었습니다.


'짜증'인 줄 알았던 건
사실 '과부하'였고,


'무덤덤함'은
'포기'였고,


'피곤함'은
'지친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내 감정을 적어보았습니다.


오늘 나는,
외롭다.
서운하다.
지쳤다.


이상하게,
그것만으로도 꽤 가벼워졌습니다.


감정은 숨기면 무거워지고,
이름을 붙이면 가벼워집니다.

오늘 오후,
당신도 잠깐 멈춰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그 질문 하나가,
당신을 다시 살려놓습니다.


우리는 늘 잘 버티는 사람이지만,
버티기만 하며 살 필요는 없습니다.


올해는,
내 감정을 제일 먼저 알아주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되기로 합시다.


그게
나를 사랑하는 연습의 시작이고,

어른이 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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