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식탁, 당신에게 드리는 감사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먹는 대로 사랑하고, 사는 대로 먹는다”는 말의
본질은 무엇일까.
열한 편의 글을 써 내려오며
이제야 조금은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얼굴과 사랑의 본질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 누구도 하루를 보내며, 꼭 한 번은 식탁에 앉는다.
바깥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든
결국은 식탁 앞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끝내 식탁에 앉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오래도록 그것이 특별히 역사적이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극적인 인생을 겪어온 사람의
이야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빵을 맛보았음을.
학창 시절, 떡볶이 가판대 앞을 서성이며
주머니 속 부족한 용돈을 만지작거리던 기억.
매콤 달달한 떡볶이와 어묵 국물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고, 끝내 사 먹지 못한 채 집으로 달려가
“엄마, 나 떡볶이 해줘!” 하고 졸라보던 저녁.
젊은 날, 열정이 뜨거워 밥 한 끼조차
잊고 달려가야 했던 순간.
마감 앞에서, 시험 앞에서, 혹은 불안 때문에
배고픔을 삼켜야 했던 날들.
첫아이 출산 후 다시 일을 시작했을 무렵,
퇴근 후 아이를 재우고 나면
이미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겨우 한 숟가락을 입에 넣다가도
잠귀 밝은 아이의 울음에 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했다.
“아이가 깨면 어쩌지, 나도 빨리 자야 하는데”
하는 초조함 속에 허겁지겁 씹어 삼키던 밥은,
맛도 모른 채, 겨우 목구멍을 넘어갔다.
출판사 영업일을 하던 시절엔
하루의 끼니가 퇴근 후에야 겨우 가능했다.
3개월 영업퀸이라는 타이틀 뒤에는
온종일 고객을 만나 허기졌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의 시간을 먼저 챙겨야 했기에
차 안에서 밥 한 끼를 대충 때우던 날들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방송 일을 하던 때에는
카메라에 비칠 몸과 이미지를 의식하느라
먹는 일에 늘 신중해져야 했다.
먹는 즐거움도 삶의 일부일진대,
식탁 앞에서 소극적여지는 나 자신이
가끔은 나답지 못하게,
내가 좋아하던 식탁의 기쁨과 멀어진 듯 느껴지곤 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눈물 젖은 빵(혹은 밥)을 먹어왔다.
결핍과 고단함이 깃든 자리였지만,
그 순간조차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눈물 젖은 빵은 결국,
삶이 우리에게 내민 또 하나의 식탁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앉아온 식탁들은
혼밥에서, 둘의 자리에서, 여럿의 연대에서,
그리고 특별한 순간의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떤 식탁은 따뜻했고, 어떤 식탁은 차가웠다.
어떤 자리는 웃음으로 빛났고,
어떤 자리는 부조리로 얼룩졌다.
그러나 그 모든 식탁은 결국
내 삶을 키운 자양분이었다.
눈물 젖은 빵조차도 내 안에서
사랑의 언어로 바뀌어갔다.
그 식탁들은 마치 오래된 천에 새겨진 십자수처럼,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고,
한 땀 한 땀이 일일이 드러나지 않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한 땀들이 내 삶의 천을
단단히 꿰매주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앉아온 식탁의 얼굴을
닮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한 가지를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사람은 끝내 식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식탁은 단순한 밥상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켜온 가장 오래된 무대였다.
거기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다투고, 화해하고,
결국 함께 살아갈 힘을 얻는다.
눈물 젖은 빵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따뜻한 식탁은 우리를 끝내 살아가게 한다.
우리가 앉는 그 식탁의 얼굴이, 결국 우리의 얼굴이 된다.
촛불 앞에 둘러앉은 작은 음식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고추가 불씨를 지키고,
커피가 온도를 맞추며,
밥이 묵묵히 자리를 내어놓고,
초콜릿이 조각 하나를 밀어낸다.
햄버거와 떡볶이, 라면과 빵까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나도 웃는다.
그 모든 식탁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음을 알기에.
이제 나의 식탁 이야기는 여기서 닫히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한 식탁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의 식탁에는 빈자리가 남아 있다.
당신은 어떤 얼굴의 식탁을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그 식탁 위에는 어떤 사람과,
어떤 웃음이 놓여 있길 바라는가?
그 질문을 남기며, 나는 다시 나의 식탁으로 돌아간다.
11편의 여정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이 식탁에 끝까지 앉아 주셨기에,
저의 글은 결코 외롭지 않았습니다.
눈물 젖은 빵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따뜻한 식탁은 우리를 끝내 살아가게 합니다.
이 글을 덮는 순간에도,
당신의 내일 식탁 위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차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식탁에서 당신과 다시 마주 앉기를 바랍니다.
저의 첫 연재에 함께해 주신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응원과 공감, 댓글과 하트가 모여
이 연재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식탁에도
언제나 따뜻함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