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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혹독한 달의 밤

달이 참 예쁘다…

by 달랑무

지난여름은 더웠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한데도 사람들은 해마다 겪는 여름마다 말한다. 올여름이 가장 덥다고. 도로 바닥이 지글거리고, 해는 이글거리고, 큰 바다가 데워지는 여름은 외려 생명력이 가장 왕성할 때다. 헐벗은 가슴을 데워주는 것도 여름, 그늘 만드는 선발대로 나서 몸을 한껏 펼치는 나무도 여름을 반긴다. 온갖 곤충과 벌레가 나 살자고 덤비는 계절이 여름인 까닭에 여름은 계절 중 가장 시끄럽다. 소리뿐 아니라, 온 생명의 오고 감이 가장 바쁘기도 해서다. 닫힌 문이 절로 열리고, 바람을 들이는 것도 그가 여름이라서다.

여름과 겨울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백 번 만 번 여름을 살겠다. 눈 내리는 걸 좋아하지만, 추위를 몹시도 타서 한 겹 두 겹옷을 입어도 뼛속까지 추운 걸 어쩌지 못한다. 뜨거운 물을 마시고, 뜨거운 방에 지지고, 두꺼운 이불을 덮으면 되는데도 앙상한 나무 끝에 걸린 추운 달을 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해지는 마음 때문이다. 얼어있는 밤하늘에 떠서 꽁꽁 닫힌 방 안을 기웃거리지 못하는 그가 다행히도 길을 잃지 않았던 덕분에 우린 그를 보며 겨울의 밤도 다정인 양 할 수 있었다.

백 년 후에 온다는, 혹은 칠십 년, 가까이는 십여 년 후에나 볼 수 있는 속내를 그는 한 번씩 환히 드러내었다. 우리에게 가깝게도, 크게도, 밝게도, 붉게도 보이는 그에게 슈퍼문, 블러드문, 블루문, 블루블러드문…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오늘 뜨는 이 슈퍼블루블러드문을 보지 못하면 살아서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라는 기사에 유한한 생명의 존재인 나는 괜스레 한 번 더 하늘을 보기도 했다. 유난히 큰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기원의 뜻을 주렁주렁 보태가면서.


달이 물이라고 했던 사람도, 달이 참 예쁘다고 했던 사람도, 추운 달이 쓸쓸해 겨울보다는 여름이라 말하는 나 같은 이도 모두 마음으로 본 달이다. 때로 경외이기도 했던 달에 마음을 묶기도 하며 보낸 많은 밤들이 여전한 채로 오늘도 달을 본다. 나의 시간과 온도로 달을 재며 쓸쓸을 말하는 동안 달은 길고 혹독한 그의 밤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해 임무를 수행했던 인도의 달 착륙선과 탐사 로봇의 신호가 끊어졌습니다. 달 남극에 해가 떠올라 전지판을 데웠지만,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지는 길고 혹독한 달의 밤을 견디기에는 무리였나 봅니다. 김도형 기자입니다. <MBN> 202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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