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빨래를 개다가
나의 새벽은 늘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의 충돌로 시작된다.
명상을 하려고 일어난 새벽, 주의를 주지 않았건만 빨래 더미들과 눈이 마주쳤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힘쓰고 남편이 옮겨다준 빨래 더미가 침대 아래에 쌓여있다.
언젠가 병원일을 하며 "빨래를 개는 일" 따위는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마음속에 선을 그어둔 적이 있었다.
스스로가 참 웃긴 경계선을 그었다고 웃으며 경계선을 폴짝 뛰어넘었을 무렵, 빨랫감들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었다.
빨래도 개며 명상을 해보는 것은 어때?
마음의 권유에 빨래를 개면서 할 수 있는 명상을 머릿속에서 찾아보니, MBCT-L 수업 중 열 손가락 감사하기가 떠올랐다.
빨래의 주름을 탁탁 털면서, 우선은 나에게 주어진 이 새벽시간에 감사했다.
이 새벽시간은 아가와 함께 자며 아가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남편 덕분임을 알기에 감사했다.
아직 이 세상에서 잠을 자는 법을 익히느라 중간중간 깨어 우는 아가를 돌봐주는 남편에게 감사했다.
어제 아침부터 나와 아가를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니느라 하루 종일 운전을 한 그의 손에 감사했고, 예쁜 숲길로 차를 이끌어 준 그에게 또 감사했다.
어제 하루 일정은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남편이 흔쾌하게 동의하여 움직여준 것으로, 늘 나의 생각에 참여해주고 지지해주는 그 마음에 또 감사했다.
감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그에게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빨래 더미가 있던 공간에서 시작된 감사는 공간의 안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다 어느새 바깥에서 안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그 사람, 그 자체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의 당신에게.
결국은 당신이라는 신에게 내 감사의 마음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내 마음을 빨래에 담고 탁탁 펴지는 주름에 담아, 아가를 토닥이는 당신의 손에 담아 당신이자 나에게 보내봅니다.
내가 출근하고 아무도 없는 듯한 내 방에, 무성하던 빨랫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도 놀라지 마세요.
그들이 감사의 마음이 담긴 그릇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들을 보고 당신의 입가에 방긋 미소가 지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