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뺨에는 좁쌀만 한 크기에 패인 자국이 있다. 어렸을 적 언젠가 얼굴에 뭐가 났던 것을 짜냈다 흉터가 남았나본데, 얼굴이 커지고 몸이 커지면서 흉터도 같이 커졌다. 내가 자라는 것과 같이 자란 것을 보니 꽤나 어렸을 때 일이었나 보다. 이쯤 되면 이 흉터는 그냥 그네?라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었다.
1개월 전쯤 얼굴 피부가 말 그대로 뒤집어져서 피부과에 갔었다. 여기저기 두둘두둘해진 피부가 군데군데 불긋하기까지 했다. 피부과 선생님이 얼굴을 훑어보더니, 귀까지 올록볼록 좁쌀 같은 것이 올라온 걸 보니 환절기에 피부가 건조해졌나보다 했다. 선생님은 얼굴 표면 여러 곳을 손보고 염증 주사도 놓아주셨다. 피부 전체가 계절을 타고 있나 보다. 여름에서 가을로 지나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 중이라니.
왼쪽 피부에 패인 부분은 못 고칠 것 같은데요. 피부과 선생님이 말했다. 아 네 그건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은 내가 대답했다.
맞다. 내 피부에는 파인 흉터가 있었지. 피부의 동그란 경계는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루에 몇 번 거울을 보다 보면 커진 모공이나 턱에 자꾸 올라오는 좁쌀여드름은 늘 본인들이 문제라고 아우성치는데, 유독 이
패인 흉터'는 조용하다. 늘 조용해서 있는지 몰랐던 그가 입을 열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나는 문제가 아니야. 그냥 너야.
피부를 물끄러미 보다가 내가 언제부터 썬크림만 바르고 다녔는지 헤아려본다. 아마 한 두 달쯤 되었으려나. 그러고 보니 나는 20살부터 15년이 넘도록 화장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화장은 내가 여태까지 해온 것 들을 통틀어 매일매일 가장 꾸준히 해온 일이었나 보다.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 두 덩이에 베이지색 아이섀도를 살포시 얻는다.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살구 빛깔 섀도를 톡톡 볼에 터치한다. 일련의 과정들은 매일 바깥으로 나가기 전 신성하게 행해지는 의식하지 못한 의식이었나 보다. 한달 정도 전쯤, 부지불식간 일련의 의식이 사라지고 얼굴에 톡톡 선크림을 바르고 있다. 화장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어떤 결단이나 생각도 없었다. 그냥 썬크림을 바르고 외출을 하고 여행을 다녀올 뿐.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는 화장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양쪽 모두에 어떤 감정도 없다. 이러다 또 어느 날 눈꺼풀에 색깔 옷을 입혀주고 볼에 물을 드려볼 수도 있다.
썬크림만 바르고 출근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든 생각은, 아 편하긴 하네.였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아침 출근 시간 중 화장에 사용하는 시간이 줄었고 세수를 하는 동안 클렌징에 들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눈물이 날 때 아이섀도가 눈에 들어가서 더 눈물이 나던 것들도 사라졌고, 거울을 보면서 눈이 왜 이렇게 맹하지라는 생각도 같이 사라졌다.
너는 그 자체로 예뻐.
이런 마음이 든 것은 아니다. 그냥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마음. 썬크림도 좋고 파운데이션도 좋다. 왼쪽 볼의 패인 상처가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듯이. 썬크림을 바르다가, 피부과 선생님이 눈 두덩이에도 꼭 썬크림을 바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양쪽 눈 두 덩이에 톡톡 크림을 얻는다. 거울 속 내가 웃는다.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