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지하철을 반대로 타는 인간
올해 벌써 다섯번째다.
집과 반대 반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또 잘못탔다는 자괴감이 든다. 낭만과 새로운 장소로 나를 인도하는 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봤던 적도 있지만, 시간과 여유가 없는 지금은 아니다.
남편의 요청으로 30분 일찍 퇴근한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30분 늦게 집으로 귀가하고 있는 중이다.
종로3가역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화정역에서 문득, 우리집으로 가는 라인에 화정역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고, 나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집 방향과 반대로 한참을 가서야 알았다.
집으로 배달시켜놓은 부산아지매국밥은 식어가겠지.
모처럼 집으로 일찍 와줄 것을 요청한 남편은 아가를 돌보며 애가 닳겠지. 또 바보같이 반대로 간 아내에게 화도 못내고......
나는 왜 이럴까.
오늘은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당신은 왜 일을 이렇게 하시는지에 대해 열을 내며 통화하다 보니 눈은 분명 을지로 3가역으로 향함을 보고 탔다고 생각했는데 정반대로 탔으며 10번도 넘게 나왔을 역을 알리는 방송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밀린 글을 쓴다고 노트북을 열어 타이핑을 하며 씨름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난생처음 보는 지하철역 이름에 심장이 쿵쾅쿵쾅했다.
집과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심호흡을 하고 노트북을 펴 다시 뭐라도 쓰자하고 타닥타닥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온다.
"학여울역 지하철 열차 고장으로 3호선 전체가 멈췄습니다.
바쁘신 고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십시오. "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적는 나는 왜 이모냥인가에 대한 실시간 글이다.
7분거리의 카카O택시를 겨우 잡았는데, 반대편에 가 서있다고 택시기사님은 길길이 화를 내신다.
카카O티 후기에 별점테러를 할까말까 고민하며, 집으로 배달온 부산아지매 국밥을 데워먹어야지 생각한다. 집이 가까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