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나 점점 자기 걸음걸이를 닮아가는 거 같아."
"나는 내가 자기 걸음걸이를 닮아가는 거 같은데."
호수는 꼭 펭귄처럼 걷는 소미의 걸음걸이가 귀엽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그 모습이 호수는 퍽 귀엽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그 걸음걸이를 따라 하게 되나 보다. 어느 날 혼자 걷다가 문득 자신의 걸음걸이가 그녀와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와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우리는 닮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호수에게 소미는 마주 웃어 보였다. 몇 년이 흐르고 몇십 년이 흘러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옆을 지키고 있을 거라 말해주는 그의 깊고 예쁜 눈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원래 부부는 닮아가는 거랬어."
"맞아."
호수는 드라마를 보더니 부엌으로 갔다. 소미는 그가 꺼내온 재료들을 보고는 프라이팬을 꺼내 올리고는 냉장고에 있는 맥주 두 캔을 냉동실에 넣었다. 호수는 커피도 맥주도 차갑게 먹는 걸 좋아한다. 찬 걸 좋아하는 그의 버릇이 건강에 좋지 않을까 걱정인 소미였지만 그가 좋아하니 그렇게 해준다. 요리가 끝날 즈음 접시를 꺼내 옆에 놓아주면 호수는 음식을 담고, 소미는 젓가락과 맥주를 챙긴다. 둘은 말없이 앉아 맥주잔을 부딪히고는 안주를 한 입 먹는다.
"나는 자기랑 먹는 술이 제일 맛있어."
"나도."
갑자기 호수의 얼굴에 근심이 보인다. 소미는 얼마 전부터 오른 대출이자에 호수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다. 호수는 뭐든 걱정거리가 생기면 해결이 되기 전까지 예민해지는데, 말없이 주눅이 드는 그가 안쓰럽다. 소미는 그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사정이 더 어려워지면 할아버지가 물려준 산에 오두막을 짓고 농사지으며 살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호수는 다시 웃어 보인다. 그녀만이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웃음을 보여준다. 소미는 행복하다.
그와 함께라면 오두막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농사일은 어렵겠지만 하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가 먹을 것만 있으면 되니까. 어떻게든 둘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내일 우리 고기 먹으러 갈까?"
"그래!"
호수는 자신의 말에 항상 그러겠다고 대답해 주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배가 불러도 그가 먹고 싶다고 하면 조금이라도 같이 먹어주고, 피곤해도 그가 어딘가 가자고 하면 눈 비비며 나서주는 그녀의 손을 평생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해."
아끼면 안 되는 말이다. 소미는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수줍은 듯 얼버무리며 말하는 호수에게 소미는 하루에 몇 번씩 말하고, 말해달라고 했다. 어느 날은 호수가 먼저 말해주었다. 소미는 고마웠다. 그래서 오늘도 했고 또 할 거다.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또 나름. 귀엽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