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도운은 세이의 손을 꼭 잡았다.
둘의 발길에 낙엽이 부스럭거린다.
오늘로 둘이 만난 지 꼬박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서로를 처음 만난 날이 눈에 선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동기들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간 선술집에서 만난 그녀의 눈처럼 하얀 피부의 얼굴은 작은 눈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서툰 화장에 빨간 틴트는 도운의 눈에 더없이 귀여웠다.
술잔을 기울이며 연신 그녀를 힐끔거리던 도운은 결국 그녀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친구들은 그런 도운의 행동에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장난기 가득한 야유로 그를 놀려댔다.
사실, 세이는 진즉에 그를 알아보았다. 1학년 첫 수업이 막 시작하려던 참에 세이는 간신히 지각을 피했다. 바쁘게 자릴 찾아 앉은 그녀의 눈에 들어온 노란 파우치. 그녀의 것이었다. 세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도운을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도운의 커다란 눈이 세이의 토끼 같은 눈에 들어왔다. 눈썹을 한참 지날 듯한 길이의 머리는 그의 준수한 외모와 잘 어울렸다. 세이는 그 뒤로 그가 보이면 눈으로 좇았다. 항상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그에게 수줍음 많은 세이가 다가가기란 쉽지 않았다.
선배들이 주선한 자리가 세이는 달갑지 않았지만 혹시나 도운이 올까 하는 기대감에 매번 자리를 채우고는 그가 없음에 실망하고 돌아가기가 몇 번이었을까. 오늘도 만나지 못하면 그만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세이는 도운이 내민 핸드폰을 수줍게 받아 들고는 자신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여기요."
둘의 연락처 교환은 다른 이들에게 번져갔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맞은편에 앉아있던 선배는 옆 자리 희진과 심상치 않은 기류를 만들었다. 얼마나 마셨을 까. 얼마나 취했을 까.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세이도 붉어진 뺨을 식히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탁. 라이터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도운이었다.
"집에 데려다줄까?"
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운은 고개를 돌려 연기를 한 번 뿜더니 담배를 털어내고는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세이의 가방을 챙겨 나왔다.
"가자."
도운은 택시를 잡아채고는 세이를 먼저 태웠다. 어둡고 좁은 골목이 오늘따라 짧게만 느껴지는 세이였다. 도운은 세이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는 내일 연락하겠다며 돌아섰다. 누군가가 자신을 집까지 바래다준 것이 처음이어서 일까. 아니면 그게 도운이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술기운이었을까. 세이는 도운의 뒷모습을 볼 때면 그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도운의 모닝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