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딱지는 태수가 캠핑장에서 키우던 리트리버다. 검은색과 살색의 인상 좋은 리트리버는 동물을 원체 좋아하는 원진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원진은 캠핑장 일을 도와주기도 놀러 가기도 하며 유난히 그를 따르는 살색의 리트리버와 정을 붙였다. 겨울이 찾아올 즈음 태수는 원진에게 살색의 리트리버를 데려가지 않겠느냐 물었다.
원진은 없는 살림에 대형견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지만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노라 다짐하며 자신을 졸졸 따르는 리트리버를 데려와 '딱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겨울에는 추울까 집 안에 들여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여름에는 더울까 시원한 계곡에 가서 물놀이를 시켜줬다. 딱지는 원진과의 드라이브를 즐길 줄 아는 듯했고, 차소리만 듣고도 자신의 주인을 마중 나갔다.
어느새 딱지도 나이를 먹어 검은 리트리버와 짝이 되어 저 닮은 검은색 살색의 새끼들을 낳았고, 귀여운 새끼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딱지가 6살이 되던 해에 며칠을 아파했던 일은 원진에게도 원진의 가족들에게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다. 본가에 데려와 마당에서 지내던 딱지가 잘 먹던 밥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더니 연신 토를 하는 것이었다. 원진은 딱지를 가까운 동물병원에 데려가 차도가 없자 서울의 동물병원까지 찾아갔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병원비만 불어날 뿐이었다. 피검사도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왜 아무도 딱지가 아픈 원인을 몰랐던 걸까.
원진은 결국 엄마 품에 울음을 터뜨렸다. 어릴 적 발이 찢어져 피가 철철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일 정도로 담담하던 그 아이가. 말도 없이 훌쩍 특수부대에 입대해 어느새 제대했다며 새카만 얼굴로 돌아온 다 큰 어른이 엉엉 울었다고 한다.
원진은 지금 생각해도 그때 다녀온 병원들이 괘씸해죽겠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엑스레이를 찍었던 병원들은 분명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딱지의 뱃속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딱지에게 링거를 맞추기를 며칠이 더 지났을 까.
마당에서 늘어져 있던 딱지가 몸을 일으키더니 요상한 걸 토해냈다. 자세히 보니 그건 다름 아닌 마당 창고에 있던 양파자루였다. 도대체 딱지는 잠가둔 창고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도대체 양파냄새가 나는 그 양파자루를 왜 먹었을까. 개가 양파를 좋아했던가. 내가 밥을 덜 주었나? 원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딱지가 왜 그걸 먹었는지 모르겠단다.
그리고 지금도 모르겠다.
원진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그 잊을 수 없는 해프닝 뒤에 양파자루를 토해낸 딱지는 잘 먹고 잘 지낸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달려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꼬리는 흔들어 준다. 그렇지. 원진에게는 예외다. 원진이 오면 커다랗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린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자신의 주인에게 안아달라 애교를 부린다.
다 큰 리트리버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