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record Feb 15. 2022

금뚜의 맛과 함께 주세의 뜨거운 맛을 알았다.

애증의 조니워커, 블랙라벨 70년대 올드 보틀.


고등학교 시험 이후로 이렇게 무언가에 열중한 적이 있었을까. 엄마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보낸 걸 그토록 후회를 하는 나이에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던 '공부'를 다시 하는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무엇보다 둘 다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위스키에 대해 검색을 하고, 서로 정보들을 교환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지나가다 술 병만 보이면 눈이 가게 되는 일은 나름 즐거운 일이다. 한 동안 쉬는 날에는 종종 술 구경을 핑계 삼아 남대문이나 풍물시장을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하곤 했다.


원래가 눈에 익숙하거나 많이 듣던 것들을 더 쉽게 익히기 마련이듯 우리의 수집 열정에 불을 지핀 것은 누구나 알만한 조니워커로 정보화 시대에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에 사는 히스 씨와 글쓴이는 온라인 속 수많은 글들 속에서 조니워커 올드보틀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신설동 풍물시장을 돌아보다 조니워커 블랙라벨 80년대 보틀을 한 병 사게 되었는데, 그 한 병을 집에 들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가져와서 사진을 어찌나 찍었던지. 사실 새로운 술을 집에 들일 때마다 신나 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원래 뭐든 첫 만남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라 하던가.


사실 구형이라는 게 그저 과거의 것을 가리키는 말로 지금에 와서는 2000년대 제품까지 이 전의 것은 모두 구형이라 할 수 있지만 진정한 구형의 감성을 느끼려면 적어도 80년대 이전의 것들을 알아야 한다. 


조니워커는 전 세계적으로도 1초에 5병씩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글로벌 스카치 브랜드인 데다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만큼 굳이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어도 알만한 너무나 대중적인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게다가 부드럽고 호불호가 적은 맛에 마트에서도 쉽게 보일 정도로 접근성까지 편리하여 요즘 나오는 제품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금뚜에 반금뚜 등등 이런 별명이 붙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설마 디자인 때문에 많은 매니아들이 올드보틀에 환호를 보내는 걸까. 아니면 단지 감성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구형의 '맛'이다.


조니워커는 알다시피 레드, 블랙, 그린, 블루에 다양한 라인과 한정판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블랙라벨 올드 보틀이 특히나 인기가 많은 것은 그중 블랙라벨이 그 차이가 크다는 평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니워커 블랙라벨 올드 보틀은 지금의 제품에 비해 맛이 있다. 사실 이는 조니워커만의 얘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쉬운 제품인 반면 구형만큼은 매니아가 아니면 좀처럼 찾아보지도 않고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위스키 입문자들에게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내 돈 주고 사 먹은 적이 없는 그 유명한 조니워커를 그제야 제대로 맛을 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구형을. 입에 착 달라붙는 금뚜라는 단어는 역시 술쟁이들이 붙인 말이겠지만 말 그대로 금색 뚜껑이란 뜻으로 지금 제품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구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희소성과 구형만의 감성이 애호가들을 더욱 자극하는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조니워커의 구형 제품은 데일리로 맛보기에 좋은 맛이 분명하다. 캐스크 스트랭스나 싱글몰트만을 찾는 요즘이지만 가끔 부드러운 블렌디드가 당길 때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조니워커 구형으로  그중에서 손꼽으라면 프리미어지만 역시나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아끼며 마시는 보틀 중 하나이다.


지금은 나름 애증의 조니워커라는 말을 쓰며 더 이상 그때의 수집 열정은 생기지 않지만, 종종 쟁여둔 블랙라벨 올드 보틀을 꺼내어 예쁜 노징글라스에 따라 마시는 잔은 조니워커 특유의 바닐라와 파이시와 함께 구형만의 무게감 있는 부드럽고 진한 맛으로 여전히 감성에 젖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아니 분명.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고 위스키를 즐긴다면 잔과 함께 종이와 펜을 꺼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게 히스 씨와 글쓴이는 나름의 방법을 더해 위스키를 즐기고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70~ 80년대 보틀을 모으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이에게는 길이 보이는 법. 남대문이나 풍물시장에서도 몇 병 구했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온라인 '직구'에 눈이 트인 것이다.


위스키 직구가 처음이었 우리는 금색 뚜껑만 보이면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귀찮은 직구의 절차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게 주문을 하고 나니 우리 앞에 닥친 건 '주세'라는 무시무시한 짐덩이였다.


우리나라의 주세는 150달러 미만 1L 이하, 1병의 경우 관부가세가 면제인 반면 150달러가 넘거나 2병 이상이 될 경우 FTA 적용이 되지 않으면 155%의 과세가 붙는다는 것이다.

만약 위스키 직구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 점은 꼭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이를 몰랐던 우리는 말 그대로 주세 폭탄을 맞았다.

그리고 주세의 뜨거운 맛의 대가로 조니워커 블랙라벨 구형을 꽤 많이 모을 수 있었다.


모은 보틀을 왼쪽부터 연대순으로 나열에 두었는데, 뚜껑을 살펴보면 완전히 금색인 것과 윗부분만 검은색인 것도 있다. 위에도 썼듯이 금뚜, 반금뚜 등으로 나눠 불리며, 라벨도 모두 다르다. 일본이나 홍콩 등 해외에서 온 제품에 따라 표기도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앞에 세워둔 미니어처는 온라인에서 운 좋게 구했는데 역시나 왼쪽을 향하고 있는 스트라이딩 맨으로 80년대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조니워커의 스트라이딩 맨은 1908년대 만화가인 톰 브라운이 알렉산더 워커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냅킨에 그려준 그림으로 원래는 왼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2000년대에 오른쪽을 향한 모습으로 바꾼 것이다.

덕분에 구형과 신형을 구분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위스키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또한 전통을 지키던 조니워커가 진보를 향해 걷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글로벌 스카치위스키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조니워커에는 정말 다양한 라인이 존재하며, 그 가격도 천차 만별이다. 구형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보틀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 참고로 왼쪽의 가장 위의 사진은 면세점 한정 익스플로러스 클럽 컬렉션으로 꽤나 희소한 제품군인데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조니워커를 널리 퍼지게 한 여정을 기념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 옆에 멋들어진 형태의 보틀을 하고 있는 것이 히스 씨와 글쓴이가 가장 애정 하는 조니워커 구형인 프리미어다. 한동안 조니워커에 애정을 불태운 애호가로서 '애증의 조니워커'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더 남았지만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하지만 우리가 수집욕을 불태울 당시에 지금 조니워커 올드 보틀의 시세였다면 우리는 절대 이렇게 수집하지 않았을 것이며, 개인적으로 지금의 시세는 올드 보틀의 감성보단 사치인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분명 가격대에 더 맛있는 위스키를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감성을 터뜨리기에 충분한 조니 워커를 탄생시킨 존 워커는 1805년 스코틀랜드 농부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1819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농장을 팔 수밖에 없었는데, 그 판매금을 1820년 10대의 어린 나이로 스코틀랜드 킬마녹의 작은 식료품점에 투자하여 관리하였다. 이후 1823년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대한 세금이 완화되자 1825년까지 럼, 브랜디, 진, 위스키를 포함한 주류들을 판매하다 위스키 거래로 주 업종을 전환했다.


당시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특정 고객의 요구 사항에 주문 제작된 블렌디드 위스키를 판매했고, 몇 년 후 라벨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죽은 후 아들인 알렉산더 워커와 손자 알렉산더 워커 2세가 이어받아 1860년까지 블렌디드 위스키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각각의 위스키를 따로 판매하다가 1865년 처음으로 블렌디드 위스키를 개발하였고, 차(Tea)를 블렌딩 하는 기법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병의 네모난 모양은 1870년에 알렉산더 워커에 의해 소개된 것으로 여러 병을 함께 담을 때 일반적인 둥근 병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병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개발였지만 모양 덕분에 판매량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1920년대는 120개국에 수출을 하게 되었고, 여기에는 정식 수출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판매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니워커는 라벨의 색깔로 등급을 나눌 수 있으며, 블랙라벨은 12년 이상 숙성된 몰트 위스키 중 40여 가지 이상을 블렌딩한 조니 워커를 대표하는 위스키로 스모키, 바닐라, 과일 등의 다양한 맛과 향이 밸런스 좋게 블렌딩 된 것은 조니워커의 특징으로 꼽힌다.


1933년에는 당시 영국 국왕인 조지 5세로부터 왕실 보증서를 받았으며, 영국계 미국인이자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로 조니워커 블랙라벨을 꼽았다.


1925년에 회사는 '디스틸러스사(Distillers Company)'와 합병했고, 1986년에는 기네스(Guiness)가 디스틸러스를 인수했다. 1997년에는 베일리스, 스미노프 등을 소유하고 있는 그랜드메트로폴리탄(GrandMet)과 기네스가 합병하여 회사명을 '디아지오(Diageo)'로 변경했다. 디아지오 본사는 영국의 런던에 있으며 조니워커 양조공장은 스코틀랜드의 킬마넉에 있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