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 프리미어는 블랙라벨 올드 보틀 소개글에서 언급했듯이 조니워커 올드 보틀 중 글쓴이와 히스 씨가 가장 애정 하는 제품으로 한 동안 매일 밤 즐겼던 우리의 데일리 위스키였다.
그리고 2주도 안되어 동이 나버렸다.
슬프게도 맛이 좋은 올드 보틀인 만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데일리로 즐긴다는 게 어려운 술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데일리로 즐겼던 건 그게 눈앞에 있었고 그 맛을 알았기에 그대로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먹으려고 있는 거 그냥 마시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니냐며.
아무튼 그만큼 좋아하고 누군가가 어떤 지 물으면 생각할필요도 없이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시도해보라고 권하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그 가격에 이 맛은 말이 안 된다 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과거형이 되어버린 시세에 더 이상 굳이 구매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이란 말을 덧붙이며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여러 이유에서 조니워커 올드 보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즐기고 좋아했던 만큼 그냥 지나치기엔 후회할 것이 분명하기에 조금만 더 소개하겠다.
아무튼 구하기도 어려운 조니워커 프리미어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멋들어진 보틀의 모습만큼이나 그 맛도 죽이는 것이다. 이제는 CS나 싱글몰트에 절어 있는 입 맛이지만 부드러운 블렌디드를 아예 찾지 않을 수는 없다. 오죽하면 돌고 돌아 결국 블렌디드라는 말이 있을까. 아마도 우리네 많은 아버지들이 발렌타인이나 로얄살루트 등의 블렌디드를 찾는 것은 그 시절의 감성이 그리워서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블렌디드는 이제 밍밍한 느낌이 들지만 맛있는 건 말 그대로 맛있다. 어쩌면 내 입맛이 CS나 싱글몰트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이젠 맛 좋은 블렌디드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맛 좋은 블렌디드의 경험 역시 조니워커 프리미어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조니워커의 가장 상급 라인으로 치부되는 블루보다 더 맛이 좋다는 평이며, 이는 글쓴이와 히스 씨가 느끼기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참고로 당시 가격도 블루에 비해 높았다는 기록이 있다.
프리미어를 접하게 된 계기야 알다시피 조니워커에 대한수집 열정이었다. 특히나 올드 보틀에 푹 빠져 있었으니 장식용으로도 손색없어 보이는 한껏 멋을 낸 듯한 이 보틀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면 조니워커(올드 보틀) 매니아로써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길 거 같은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 간혹 구매 경로를 물어오는데 그냥 애정을 갖고 여기저기 파다 보면 다 나오게 되어있다.'말이야 쉽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딱히 더 해줄 얘기가 없다. 굳이 말하면 풍물시장이나 남던이 무난하겠지만 어쨌든 나름의 방법이다.참고로 우린 직구(전편 참조)했다.
사실 우리도 귀한 그 한 병을 한 동안 집에 모셔두고눈호강으로 만족을 했지만, 운 좋게 여분의 한 병을 더 구할 수 있었고 그날 바로 묵직한 뚜껑을 비틀었다. 그렇게 맛을 본 그 뒤로는 눈호강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원래 여행도 가본 자가 더 목이 마른 법이라 하지 않는가.
어느 날 어느 때여도 좋겠지만,
가을날 해가 지는 시간 조용한 곳이면 좋겠다.
유럽 어느 작은 마을의 목재로 만들어진 그리고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꾸준한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멀끔한 집이면 좋겠다.
집 안에는 가을의 노을 볕이침엽수들을 지나 부엌 창문의 커튼 사이로테이블을 비춘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둘은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는80년대 스트라이딩 맨이 그려진 빈티지 감성 가득한 잔에 집안 살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보틀의 위스키를 꺼내어 따른다.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마주 앉아 말없이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잔을 기울인다.
진득한 바닐라향과 은은한 쉐리에 오크향이 번지고 몸은 푹 가라앉는다.
사실 햇빛에 눈을 찌푸려야 할 정도로 올려다봐야 할 높이의 묵직한 철창 대문이 있는 대저택의 푹신하고도 커다란 소파로 할 참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이렇게 맛있는 술 한 잔 함께 기울여 줄 사람과
손에 든 이 한 잔만 있다면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다.
현실은 의심의 여지없이 맥시멀리스트를꿈꾸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프리미어는 그런 맛이아니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조니워커 프리미어는 90년대 일본 홍콩 등 아시아지역을 타깃으로 출시한 제품으로 이후에블루라벨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당시 가격은 프리미어가 20불 정도 높았다고 하며, 위 보틀은 초기형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단종된 제품으로 발품을 판다면 간간히 손에 잡히기도 한다.
Note. 쉐리 향이 강하게 올라오며, 바닐라향도 풍부하다. 약간의 올드 보틀 특유의 꼬릿 한 향이 있다. 눅진한 버터, 바닐라, 바나나의 느낌- 잠시 뒤 오크향이 돌면서 단맛이 올라온다. 복합적으로 스파이스한 맛이 훅들어온다. 목 넘길 때 꾸덕진 느낌이 올드 보틀 꼬냑에 뒤처지지 않는다.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그림 속 글쓴이와 히스 씨가 보고 있는 장면은 영화'Reality Bites'이다.
사실 우린 위스키를 마시며 영화보다는 옛날 시트콤을 많이 보는 편이지만 술의 감성을 소개하기에 딱 맞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글을 쓰며 번뜩 떠오른 영화의 명대사. 그리고 프리미어의 감성.
You see, Lainie, this is all we need.. couple of smokes, a cup of coffee.. and a little bit of conversation. You and me and five bucks.
레이니, 우리에겐 필요한 건 이거야. 담배 한 모금, 커피 한잔, 약간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5달러.
'Reality bites'
출저 : 네이버 영화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가 유일한 내 안식처야
'소공녀'
- 넌 너무 감성적이야. - 그래 알아. -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 괜찮아. 그만큼 내가 그 감성에 젖어드니까. 어차피 내 감성이잖아. 나는 우물 안에서도 바다를 볼 거야.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능력이야. 즐겨야지. - 말도 안돼. - 원래 말도 안 되는 게 감성의 묘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