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엔 몸을 둥글게 말고서

by 달리아

며칠 힘겨운 날들이 이어졌다. 기침이 심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신랑과 아이들도 번갈아 아팠다. 석사 논문 본 심사 날은 다가오는데, 아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었다.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계획대로, 마음먹은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니 속상해서 울고 싶었다. 코로나로 이미 몇 차례 미룬 논문인데, 이번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다시 어린이집에 보낸 날, 잠시 모든 불을 끄고 암막 커튼까지 치고, 두꺼운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자궁 안의 태아처럼 따뜻하고 어두운 공간에 몸을 둥글게 말았다. 느리고 잔잔한 연주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선 나 스스로를 토닥이며 나에게 위로의 말들을 건넸다.


"애썼다. 수고했다. 잘하고 있다. 괜찮다."


가빠졌던 숨이 다시 깊고 편안하게 흐르는 것이 느껴지더니, 뺨까지 차올랐던 눈물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무겁게 짊어졌던 것들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처럼 내가 언제든 나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게 필요한 말이나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고 기대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를 돌보고 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얼마나 많이 애쓰고, 수고했는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듣고 싶은 말도, 내게 가장 필요한 위로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내가 예전처럼 더 이상 나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다정한 부모처럼 나를 살피고 지지하고 응원할 때 나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위하는 시간과 행동으로 충만해졌을 때, 나의 가족이나 주변을 안을 수 있는 품이 커짐을 느낀다. 바쁜 중에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것도, 글을 쓰는 행위가 내게 주는 위로와 힘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지내다가 신랑이 퇴근한 뒤, 잠시 산책을 했는데, 보름을 앞두고 달이 차올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아래 별들도 반짝였다. 그렇게 어둠을 밝히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삶의 고난 속에서도 빛을 보며 나아가겠노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밤이다. 이 글과 사진이 힘겨운 날을 보낸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로 닿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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