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어 갇힌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 바닥이 조금 내려앉은 뒤 문이 좁게 열려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같은 시각, 아파트 앞동에 사는 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했다. 아파트에서 이뤄진 장례식에서 통곡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내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손잡이를 꼭 붙잡게 되었고, 좁은 공간에서는 몸이 긴장되고 숨이 앝아졌다. 트라우마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 숨이 막혀 얼어있는 상태라는 말에 공감하며, 나는 여러 내면 작업들로 그 순간에 온기 있는 숨을 불어넣고자 했다.
최근에는 꿈에서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갇힌 채 웅크려서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다가, 혼자 힘 있게 일어서서 나왔는데 이제 그 안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음이 느껴졌다. 그 꿈을 꾸고 얼마 되지 않아, 공사 중인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는데, 평소 잘 사용되지 않는 낡고 좁은 엘리베이터만 운영되었다. 혼자 탄 엘리베이터 문은 내리는 층에 도착해서도 한참이나 안 열렸다.
몸이 굳어지고, 숨이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내 안에서 "괜찮아"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차분히 비상벨을 눌렀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나는 밖으로 나와서, 어깨와 팔과 등을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지키고 돌보려 하는 힘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내 안의 얼음이 눈물과 땀이 되어 흘러내렸다.
고통은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고, 얼게 한다.
더 큰 아픔을 느끼지 않고자 감각을 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각이 닫히면 기쁨 등의 감정도 느끼기 힘들게 된다. 반대로 감각이 살아나면, 바람에 뒤집어지는 나뭇잎이나 흩날리는 꽃잎, 하늘의 구름, 꽃들만 봐도 놀랍고, 신기하고, 기쁘고, 감사해진다. 더 이상 과거의 상처가 아닌, 현재의 기적 안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매일 흙을 밟으며 걷고, 여러 내면 작업들을 이어가며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기쁨과 경이로움이다. 내 안의 크고, 작은 상처들, 트라우마라는 얼음 덩어리들이 녹고 흘러간 자리엔 살아있다는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과거의 기억들이 지워질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 살아가며 그것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갇혀있던 좁고 어두운 방에서 나와 내 눈앞에 있는 아름다움과 주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요즘 느끼는 자유이고,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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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존재들이 고통과 고통의 원인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그러함으로 아름다움 안에서 걷기를, 경이로움의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기도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