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차가운 세상에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살아가기

by 달리아

서울에 살다가 제주에 내려 간 친한 언니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내가 서울생활의 힘든 점을 나누었는데, 얘기를 듣던 언니가 "서울은 날카롭고, 차갑지."라는 표현을 했다. 적절한 표현에 내가 힘든 이유가 보다 선명해졌다.


통화 후에 버스를 탔는데, 뒤에 앉은 젊은 여자분이 누군가를 향해 악담과 저주를 퍼부었다. 듣고 있기가 힘들어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내렸다. 길을 건너려는데, 양쪽에 아이들 손을 잡은 남자분이 급하게 지나가는 차를 향해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을 허공에 중얼거리며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뜨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무신경하고 무감각하게 이를 지나친다. 열리고 섬세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해도, 과한 자극과 거친 말투와 행동은 몸과 마음을 닫히게 한다. 최근 끊임없이 뉴스에 나오는 묻지 마 폭행과 혐오범죄 등으로 몸이 움츠러들고 마음이 긴장된다.


모든 것들이 과밀하게 몰려있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는 많은 것들이 넘쳐나고 변화가 매우 빠르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진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경계하고 투쟁하듯이 살아가게 된다. 저변에 깔려있는 불안과 불만은 짜증과 분노가 되어 여기저기서 분출된다.


'이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세상 속에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질문을 품고 집으로 걸어오다가 오래전 보았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학교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방법을 찾아오라는 숙제에서 한 아이는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그를 받은 사람들이 또 다른 세 사람에게 친절을 전하며 그를 확산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눈다.


영화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무조건적인 도움과 친절을 얘기했지만, 나는 일상에서 적어도 세 사람에게 작은 친절이나 기쁨을 전하는 것을 실천하고자 한다.


뒷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붙잡아준다거나, 지하철 계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짐을 들어드린다거나, 고객센터 직원분의 수고에 감사를 표현하고, 문 앞에서 만난 이웃에게 안부를 여쭈며 인사하고,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는 친구에게 선물과 마음을 전하는 것과 같은 작은 행동들은 내 몸과 마음을 다시 부드럽고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럴 때면 닫혔던 감각들이 다시 열리고 몸이 이완되면 얕아졌던 숨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온기는 마치 젖은 종이에 떨어뜨린 물감처럼 퍼져나감을 느낀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그리고 이 세상이 부드럽고 따뜻한 곳이 되기를...

그러함으로 우리가 서로를 경계하거나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이해하고 보살피며 사랑하게 되기를...

오늘도 소망하고, 기도하며, 내 안의 빛과 사랑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