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애틋한 것들
토요일.
아가들을 맡기고 잠시 일을 하러 나왔다.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 남짓. 시간이 빠듯한데도 아파트를 빙 둘러 짧은 산책을 했다. 아가를 안고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기만 했던, 한낮에 핀 벚꽃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제 내린 봄비에 벚꽃은 이미 엔딩.
마침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겨우 산책을 나왔는데 꽃이 다 진 거 있지."
"여기도 그래. 벚꽃이 다 져서 언제 잎이 나려나 했는데, 벌써 벚나무가 파릇파릇하다. 애들도 그렇게 커. 나무 이파리처럼 언제인지 모르게 쑥쑥 큰단다. 수리야, 지금 이 시간이 힘들겠지만 지나가고 나면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
그제야 바닥을 바라보니 떨어진 꽃잎들조차 예쁘다.
잠시 머물다 가는 것들은 이렇게나 예쁘고 애틋하다. 이미 진 봄꽃도, 훌쩍 큰 우리 아가들도, 나에게 주어진 짧은 산책도.
머문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 올해의 봄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