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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21. 2017

슬픔의 맛

나는 슬플 때 제대로 슬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렸을 때 자두 맛 왕사탕을 통째로 삼킨 적이 있다. 너무 놀란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사탕이 꽉 막혀서 목구멍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했다. 고인 침에선 사탕 맛이 났다. 짭조름하기도 달콤하기도 한, 눈물 맛인지 자두맛인지 모를 그런 맛이 났다. 울고 있는 내 손을 잡고 엄마는 말했다. 괜찮아. 사탕은 천천히 녹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어마어마한 슬픔을 느꼈을 때, 나는 자두 맛 사탕을 삼킨 날을 떠올렸다. 슬픔이 꽉 막혀서 목구멍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했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눈물을 꾹꾹 참는데, 짭조름하기도 달콤하기도 한 자두 맛이 났다. 슬픔에선 그런 맛이 났다.


살다 보니 몇 번쯤 자두맛 사탕을 삼킨 것처럼 슬픈 순간이 찾아왔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쯤 나는 그렇게 슬퍼질 것이다. 그런 슬픔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눈물을 흘리며 견딜 수밖에. 녹아내리길 기다릴 수밖에. 그래도 엄마 말이 맞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졌으니까. 다행히도 나는 슬플 때 제대로 슬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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