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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29. 2017

토요일 아침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안녕.

토요일 아침, 카페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사방으로 창이 크게 뚫려있어서 키 큰 나무들이 잎을 드리우고, 잠에 덜 깬 건물들과 한산한 교차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살짝 흐린 날씨, 눈에 띄는 선명한 색채 하나 없지만 채도는 맑다.


이른 아침인데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평일 출근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나같이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편안한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하품을 하며 지나간다. 평온한 풍경 속에 느린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나른한 하품이 떠다니는 토요일 아침은 평소보다 천천히 흘러간다.


일찍이 카페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이다.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공부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창밖을 바라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오롯이 개인의 시간이다. 자리마다 떨어져 앉은 개인과 개인. 창밖에 흔들리는 이파리처럼 무심하고도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쩌면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오랜만에 맞이한 여유로운 아침 일 터. 나는 그들의 시간이 토요일 아침처럼 천천히 흘러가길 바랐다.


나도 오랜만에 주어진 여유에 감사하며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렸다. 토요일 아침, 깨어있는 모두에게 메리 올리버의 시로 아침 인사를 건넨다.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안녕. 오늘 넌 내 가슴에 무얼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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