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딘가에 우리 집이 있을 거야
지하철역에서 수수한 차림의 젊은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아기가 탄 유모차를 계단에서 들고 내려오느라 열차를 놓쳤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부부는 벽면에 붙어 있는 커다란 서울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 나는 지하철 기다릴 때마다 서울 지도를 봐. 우리가 사는 곳은 어딘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은 어딘지 찾아봐. 여기는 은평구, 저기는 노원구..."
남편은 살고 싶은 곳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 아내는 별 관심이 없는지 아기와 까꿍 놀이를 했다. 남편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기 어딘가에 우리 집이 있을 거야. 그치?"
- 180309 오늘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