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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n 08. 2019

너는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더라

기원이에게

기원아 축하해! 웨딩드레스 입은 네가 얼마나 예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청첩장과 함께 준 너의 편지를 읽고 얼마나 고맙고 뭉클했는지 몰라. 우리 고등학교 때는 자주 손편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럴 기회가 없었더라. 오랜만에 만난 너의 글씨가 반가웠어.

 

기원아, 내 결혼식이 떠올라. 너는 결혼식 전날에도 전화하고, 다음 날 예식장에도 제일 먼저 도착해 눈물을 터트렸지. 그때는 그렇게까지 나를 위해 준다는 게 그저 고맙기만 했어. 사실 눈물의 의미는 잘 알지 못했단다. 그런데 네가 결혼한다니까 이제야 알 것 같아. 이런 마음이었구나. 역시 너는 나보다 훨씬 마음이 넓고 따뜻해.


기원아, 나는 너를 생각하면 미안함보다 고마움이 커. 너한테 늘 받기만 하고 의지하기만 했는데도 미안하기는커녕 고맙기만 하다. 이런 마음이 되게 염치없고 이기적인 마음이 아닐까 하고 걱정했었어. 그런데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읽게 되었어.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랑이 진심인지 깨닫게 되는 마음이 있대.


그 사람에게 받았던 마음을 떠올렸을 때, 미안하면 내 마음에 짐이 있는 거고. 고맙다면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는 거라고. 내 인생에도 그런 사람들이 몇 있더라. 이건 자주 만나냐 만나지 않느냐와는 상관없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주 만나지 못해도 그런 사람이 나에게는 있어.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기원아.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더라.

고마운 사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과거에 나는, 나의 삶에 사랑에 관계에 노력하지 않았어. 그때 네가 먼저 다가와 준 거야. 말 걸어주고 손잡아 주고 같이 놀아주었지. 잘 지내는지 전화하고 든든히 먹으라고 밥 사주었어. 같이 춤추자고 손을 내밀었고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어. 그런 너는 나의 결혼식에도 제일 먼저 도착해 축하해 주었지. 많은 하객 사이에서네가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일 거야.


기원아 고마워.

나는 평생 너를 고마워할 거야. 너를 진짜 사랑하거든.


앞으로 우리에게는 좋은 날도 나쁜 날도 펼쳐지겠지. 그때마다 지금처럼 축하해주고 위로해주자. 무뚝뚝한 삶을 그렇게 웃으며 같이 헤쳐 나가자. 너를 만나서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었어. 복덩이 같은 내 친구. 즐겁게 살았으면 해. 심각하지 말고 모든 순간 유쾌하고 즐겁고 씩씩하게, 하하하 웃으며 살기를 바라. 부디 너의 결혼식에서 울지 않기를. 웃으며 축하해주고 싶다.


기원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저의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에 수록되었던 '신기원의 카세트테이프' 주인공 기원이가 결혼했어요. 생일선물로 브런치에 글을 썼던 것처럼, 결혼선물로 쓴 편지를 브런치에 옮겨 씁니다. 기원이에게 축하와 사랑을 전해요. 열일곱 살에 내 손을 잡아주었던 나의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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