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결코 작지 않다

김승주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추천사

by 고수리

3만 톤 배를 운항하는 스물일곱 여성 항해사의 이야기.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의 추천사를 썼습니다. 처음 브런치에서 김승주 항해사의 글을 읽고 너무 좋아서 구독하며 읽었는데요. 기쁜 마음으로 원고를 읽고 추천사를 썼습니다.


한번 배에 오르면 6개월은 바다를 떠돌며 생활해야 하는 직업, 열악한 통신환경에 TV조차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곳에서 김승주 항해사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과 삶과 자신에 대해. 뜨겁고도 진솔한 글이 좋아요. 청춘들이 많이 읽어보았으면! 책 소개는 추천사로 대신할게요.



추천의 글


그녀의 글을 읽고 내 청춘의 모든 처음을 떠올렸다. 설레었고 두려웠고 흔들렸고 외로웠던 나의 첫 순간들. 어쩌면 청춘의 성장은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천일 동안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비로소 진짜 자신을 발견했던 한 청춘의 성장담이자, 양팔을 둘러 스스로를 껴안아주며 버텨냈던 한 여성의 진솔한 고백이다. 그녀는 묻는다.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3만 톤의 배를 책임지며 바다를 항해하는 그녀가 작지 않은 것처럼, 끝없는 인생의 파도를 통과하며 나아가는 우리 삶이 작지 않은 것처럼. 이 작은 책은 결코 작지 않다.

- 고수리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저자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들


내가 탄 배는 장애물 하나 없는 바닷길을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나는 일 년의 절반을 배에 갇힌 채 살아간다. 오로지 바다, 바다, 바다만을 바라보는 동안 외로움이 도둑처럼 몰려왔다. 나는 왜 항해사가 되었을까 하는 끊이지 않는 질문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의 위압감. 19p


생각해보면 내 나이 스물일곱. 함께 승선한 선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고, 나이 차도 많이 나다 보니 간혹 물밀듯 차오르는 외로움은 양팔을 둘러 스스로를 껴안아주며 버텨내야 한다. 어리다고, 여자라고 도움을 바랄 수 있는 환경도 아니거니와 이곳에선 자신의 몸 하나는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42p


육지를 떠나 있으면 소중한 것에 대한 의미가 새로워진다. 사회적 배경, 재력, 남자, 스펙 따위는 아무짝에 쓸모없다. 가장 그리운 건, 땅이다. 그리고 그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뿐이다. 당장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란 게. 43p


흔들리는 배 안에서 고정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사람뿐이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이제 잠을 청할 수있다. ... 흔들릴 때 사람은 더 준비하게 되고 강해진다. 바다가 흔들어댈수록 우리의 극복 의지는 더 강해졌다. 71p


불확실한 바다가 일깨워준 것이 있다면 자신과 닮은 ‘유연함’이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단 사실이 공공연하기 때문에 쉽게 좌절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춰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된다. 135p


목표가 없어도, 꿈이 없어도 좋다. 그리고 초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눈앞에 놓인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그때 바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도. 1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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