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티

신미나 '마고1'

by 고수리
내 혼도 어려지고 싶을 때가 있으니
어떤 날은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좇아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티를 따라갑니다

- 신미나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마고1'


겨우내 여러 번 읽었던 시. 때때로 낭독하며 울기도 했던 시. 무서워서도 슬퍼서도 아니고. 아기들이 가여워 숨을 살리고 기억을 지우는 힘센 마고할미가 좋아서, 나의 할미가 생각나서 울었다. 학대받는 아이들 이야기는 여전히 내 이야기처럼 아프다. 아무도 모르는, 혹은 모른 척하는 가여운 숨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랐으면 좋겠다. 웃고 놀았으면 좋겠다. 마고할미 같은 신비롭고 아름답고 힘센 이야기에 기대어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를 키운 여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살 수 있다. 살아야 한다, 아가야.' 하고.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티, 나에게 그런 불티는 글 쓰는 마음이다. 무사히 글 쓰는 할머니로 늙어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죽음과 슬픔과 분노와 상처가 들어있지만, 그보다 단단한 삶이 다 껴안아버리는 호두알 같은 이야기를. 그때쯤 나는 말해볼 수 있을까. 그런 호두알 같은 삶을 둥글려 보살피고 살아온 할미가 여기 있단다.



***


팟캐스트 <문장의 소리> 664회 34:40 즈음의 신미나 시인의 '마고1' 낭독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http://naver.me/IMRPURZG



저는 매일 읽고 씁니다. 매일 아침 리추얼로 아침독서와 문장일기를 기록한지 오래 되었는데요. 일종의 작가노트인 셈이지요. 문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짧은 일기를 종종(보다는 자주!) 올려 볼게요. 아침에 책 읽고 후다닥 편하게 쓴 글들이니 그냥 편하게 읽어주세요. 모두들 몸과 마음, 편안하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 작은 책은 결코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