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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Sep 22. 2019

누구나 얼굴에 흔적이 있어

글 쓰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다가

<마음 쓰는 밤> 다섯 번째 밤. 나를 살게 하는 동력에 대해 나눈 시간이었다.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책임감'이라고 답한 두 사람의 글이 유독 마음 쓰였다. 한 사람은 '돌이켜보면 책임감은 사랑의 다른 말일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고, 또 한 사람은 '차마 버릴 수 없어 이고지고 가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먹먹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서른이 지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한다. 실로 묵직한 그 마음은, 때로는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버겁기도 하다. 덕분에 삶이 성실하기도 하지만, 때문에 삶이 짓눌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마음을 담담히 감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낀다. 인생을 요령 없이 단단히 다지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 같아서.


다섯 번의 밤을 보내며 마주하는 멤버들의 얼굴은 첫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모른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서서히 마음을 열고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 간 후에 얼굴은 너그럽고 짙어졌다. 스스럼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웃다가도 자주 눈시울을 붉힌다.


영화 '원더'의 대사를 생각했다.

"누구나 얼굴에 흔적이 있어. 얼굴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마음을 쓰고 나누는 동안에 우리는 어떤 길을 지나왔을까.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 그 길목들에 서로의 다정함과 친절함이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 아프지 않다.


190826. <마음 쓰는 밤>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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