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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Feb 07. 2022

사랑하고야 마는 마음을 담아

다시,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어떤 순간에는,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우리를 살게 하기도 했다.


한동안 품절되었던 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가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개정증보판과 나란히 어울리는 얼굴로. 두 권의 책을 나는 '우리는' 연작 에세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내 인생의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우달빛'이 밤책이라면 '우이사'는 저녁책이라고 할까.


가장 깜깜했던 시기로부터 거슬러 올라가고, 주위를 둘러보며, 서서히 스며들고 저무는 저녁빛 같은 기억과 장면들을 천천히 톺아보며 쓴 책이다. 마치 내 안에 초를 밝힌 것처럼 진솔하고 따스해서 내가 유독 애정 하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의 조바심과 슬픔과 연민을 조심스레 달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덕분일까. 해 질 녘 물드는 하늘을 담은 이규태 작가의 초기 그림과도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울린다.


작가인 나에게 어울리는 말들은 무엇이었나.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쓴 즈음이라면 나는 ‘슬픔’ 혹은 ‘위로’와 같은 속 깊은 마음의 말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쓰고 난 후, 나는 덜 무겁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만은 않은 안아주는 말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정’이나 ‘포옹’ 같은. 나 스스로가 그렇게 변하기도 했다. 안아주고픈 사람에서 안아주는 사람으로.



'우달빛'과 '우이사'가 꼭 맞는 옷을 입고 다시 나올 수 있었던 건 “좋은 책은 오래 읽혀야 한다”는 출판사 수오서재의 굳센 애정 덕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우이사' 정식 출간 전에 동네서점으로 먼저 문을 두드렸다. 온라인 판매지수는 올라가지 않겠지만, 내 책들은 구석진 모퉁이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은 동네서점에 먼저 걸음해 사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작가의 친필 사인본과 손글씨 책갈피 굿즈를 증정하는 동네서점 예약판매 이벤트를 먼저 열었다.


출판사 책상에 가득 쌓인 책들을 매만지며 종일 친필 사인본을 만들었다. 우달빛과 우이사, 두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과 둘러앉아 동네서점에서 보내준 독자들의 이름을 꾹꾹 눌러쓰는데. 조용한 기쁨이 스몄다. 쓰는 일도, 만드는 일도, 읽는 일도 모두 사람의 일. 우리가 다정하고 견고한 애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실감으로, 책이라는 것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준 수오서재 식구들(이름 하나하나 다 불러드리고 싶지만 부끄럼이 많으시니까), 첫눈에 반해버린 그림을 표지로 허락해주신 이규태 작가님, 그리고 이 책을 읽어주었고 또 다시 읽어줄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책이 작가를 말해준다. 책이 되는 손길들, 책 속의 글들, 책 읽는 독자들, 이어지는 책들. 책의 표지와 질감과 두께와 활자와 문장과 이야기들과 밑줄들이, 작가인 나를 말해준다. 오래 쓰고 오래 다듬어 오래 읽히고 싶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와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모두 더디게 쓰고 오랜 시간이 깃든 책들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나는 이 책들에 자부심을 느낀다. 오래도록 읽혀도 좋을 책이라는 확신이 작가에게도 있다. 작가가 책날개에 쓴 책 소개를 덧붙이며, 기꺼이 이 편지를 읽어준 당신에게 사랑하고야 마는 마음을 보낸다.


우리는...

말줄임표 안에 숨겨둔 수많은 말을 골똘히 생각하는 당신에게.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사랑하고야 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만난 이들이 살아가며 만나게 될 무수한 질문의 답으로 언제까지나 사랑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http://m.yes24.com/Goods/Detail/71037350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잠들지 못하던 밤마다 써 내려간 글을 처음으로 모은 책이다. 쓰기 전에는 슬퍼서 울었지만, 쓰다 보니 따뜻해서 울게 되었다. 이 책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금의 온기로 남기를 바란다.

http://m.yes24.com/Goods/Detail/103208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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