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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머그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엄마의 머그잔

by 고수리

떠날 땐 좋은 그릇을 가져가야 해. 엄마는 비싼 그릇과 조 리도구들을 챙겨서 사줬고, 우리 사정에 부담스러운 가격인 걸 알 고도 나는 암말 않고 다 받았다. 그동안 많이 챙겨주지 못한 미안 함에 딸에게 뭐라도 더 보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서였다.


혼수품을 다 사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엄마 가 어떤 가게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나, 이렇게 예쁜 그 릇이 다 있니.” 폴란드 그릇을 파는 가게였다. 소박하고 따뜻한 색 감의 꽃과 문양들이 그려진 동그란 그릇들. 폴란드 장인이 손수 빚고 그려서 만들었다고 했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그런지 가격 도 비쌌다.


“역시 장인이 만든 거라 다르구나. 예쁘긴 한데 너무 비 싸다.” 엄마는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엄마, 내가 사줄게.” “아니야. 너무 비싸.” 비싸다고 한사코 거절하는 엄마에게 나는 기 어코 머그잔을 선물했다. 자잘한 보라색 수국이 그려진 항아리 모 양의 잔이었다.


“엄마, 시집가는 딸이 주는 선물이야. 이 잔으로 차 마시면서 딸 생각해.”

“고마워.”


혼수품에 비하면 하나도 비싸지 않았다. 다른 폴란드 그릇 들도 더 사주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두 손에 쏙 안기는 수국 머그잔을 받아 들고선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애지중지하던 머그잔이 떨어져 깨 지고 말았다. 매일 수국 머그잔만 사용하던 엄마가 실수로 커피를 쏟았고, 식탁에서 떨어진 잔의 손잡이가 깨지고 만 것이다.


“수리야, 어떡하니. 네가 선물로 사준 잔이 깨졌어. 손잡이 가 떨어져 버렸지 뭐야. 깨진 조각도 아까워서 찾아들고선 여기저 기 붙일 방법을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원래처럼 예쁘게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아. 아까워서 어떡하니. 우리 딸 선물인데….”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기에 나는 해당 폴란드 그릇 본사에 머그잔을 고칠 방법을 문의했다. 그리고 원래처럼 완벽히는 아니 더라도 깨진 부분을 고쳐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엄마는 본사에 깨진 머그잔을 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잔만 보낸 게 아니 었다. 깨진 조각과 손 편지를 동봉하여 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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