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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uvved Jul 19. 2021

맛있는 샐러드에 대한 생각

서울 최고(?)의 샐러드 맛집 '샐러드 셀러'

 내 입맛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드레싱 한 방울 안 뿌린 풀부터, 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지방이 쌓일 것 같은 극강의 정크푸드까지 내 입에 맛있기만 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식단을 지켜보는 이들은 내가 억지로 풀이랑 요거트만 먹는 줄 알겠지만, 알고 보면 나는 철저히 먹고 싶은 음식만 먹는다. 피자를 못 먹어서 샐러드를 먹는 게 아니라, 오늘은 샐러드가 땡겨서 샐러드를 먹는 것이다. 당연히 피자가 먹고 싶을 땐 피자를 먹는다(물론 지금은 '몸만들기'를 목적으로 식단을 하고 있기에, 웬만하면 점심에 먹으려고 한다). 아무튼, 맛없는 음식은 쳐다도 보지 않는 나에게 샐러드는 '다이어트용 풀떼기'가 아니라 여느 음식처럼 먹고 싶어서 먹는 '요리'다. 


현재 서울에서 최애 샐러드 집을 꼽아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곳은 단연 신당의 '카키 샐러드'와 금호의 '머스타드'일 것이다. 풀과 적절한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결코 평범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들 두 집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은 겨우 올해,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생긴 신생 맛집이다. '진짜'는 따로 있는데 - 알만한 사람은 다 알 테지만 - 한남동의 '샐러드 셀러'라 할 수 있겠다. 


서론이 길었다. 그러나 서론이 긴 만큼 샐러드 셀러에 대한 내 애정도 깊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옛날(그래 봤자 대학교 2, 3학년)부터 이 업장의 존재를 알았으나, 실제로 가 봤던 건 2019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샐러드 셀러의 샐러드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충격적인 맛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샐러드 채소를 베이스로 종류에 따라 다양한 슈퍼푸드나, 제철 과일을 올려준다. 드레싱은 - 열심히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잘 생각은 안 나지만 - 아마도 올리브 오일, 발사믹, 혹은 화이트 발사믹 정도 쓰는 것 같다. 참 특별할 것 없는 이곳의 샐러드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 겨울엔 딸기, 여름철엔 복숭아, 가을엔 무화과를 듬뿍 올려주는 제철과일 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양도 꽤 많아서, 단백질만 좀 추가하면 한 끼로 딱 좋다. 리코타 치즈를 매장에서 직원 분들이 직접 만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하게 꾸덕하지 않고 적당히 포슬한 질감이 샐러드와 아주 잘 어울린다. 

이제는 시즌이 끝나버린 더블베리 리코타 치즈 샐러드

샌드위치도 아주 훌륭한데, 흰색 탄수화물로 만든 일반 식빵이 아닌 통곡물 식빵을 쓴다. 샌드위치 속재료와 소스가 조화롭다. 별 것 아닌 재료와 소스인 것 같은데, 굉장히 좋은 재료를 쓰시는 것 같고 웬만한 소스 등은 직접 만들어 서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스의 양도 과하지 않고, 먹기에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두께와 온도, 차가운 샌드위치가 아닌 그릴 샌드위치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식단을 하다 보면 생채소, 쉐이크 등 차가운 식사를 많이 하게 되는데, 따뜻하고 건강한 샌드위치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식사를 하는 손님에게도 더 식사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무엇보다 맛있다). 실제로 매장에 가보면 주로 여성 고객으로 이뤄진 타 샐러드 매장에 비해 고객층의 스펙트럼도 넓은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애플 루꼴라 샌드위치> 구운 채소 샌드위치> 베이컨 칠리카도 샌드위치 순으로 추천한다. 


얼마 전에 매장 브랜딩을 새롭게 하면서 내부의 집기나 접시들도 모두 바뀌었는데, 바뀐 브랜딩 덕인지 매장 분위기와 음식도 더 조화로워졌고, 심지어는... 굳즈로 판매하는 접시를 곧 사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도 든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생각나는 한남동의 터줏대감 '샐러드 셀러.' 휴가가 끝나고 서울로 복귀하는 대로 또 한 번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샐러드 셀러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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