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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uvved Oct 20. 2021

일하기 싫고 술이나 마시고 싶은 자의 술에 대한 생각

술 사랑해

아직도 수요일 오전 10 20분밖에 안됐다니... 지금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나는 살이 찌고 몸이 무거워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 또 운동한 후의 개운한 기분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거의 항상 운동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한 끼 무거운 음식 먹고 나면 또 한 끼 가볍게 먹는 게 습관처럼 돼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날씨가 따뜻할 때 한정이다. 나는 사실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 찬 공기가 슬슬 올라올 때면 이제 그때부터는 술이 (다른 계절보다) 엄청 당겨온다. 더울 때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랑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만 생각이 났다면,,, 날이 쌀쌀해지면 묵직한 레드와인부터 위스키, 따뜻한 사케, 소주까지 생각나는 경지로, 술의 스펙트럼이 한도 끝도 없이 넓어진다. 그래서 나는 상반기 몸과 하반기 몸에 차이가 크다. 하반기에는 술 마시느라 운동도 못하고, 해장해야 되니까 또 뭐 먹고, 술 마셔야 하니까 또 맛있는 거 먹는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몸이 좀 불었다가, 상반기 접어들면서 정신 차리고 운동하고 그런다.



이런 내가… 난생처음으로 10월이 된 이후 연말이 되기 전까지 술을 못 마시는 하반기를 보내고 있다. 굉장히 기념비적인 경험이라서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내가 바디 프로필 날짜를 12월로 잡은 이유는 오직 '연말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이다. 술 없는 연말은… 상상하기 싫다. 그것은 마치 송편 없는 추석 같달까…



주종은  가린다. 최애는 와인이다. 최근에 와인 구독까지 시작했다.  달에  병씩 어울리는 음식이 뭔지 알려주는 카드와 함께 와인이 배송된다. 원래는 탁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친구랑   근처 막걸리 집에서 막걸리에도 눈을 떠버렸다. 탁주랑 같은 맥락으로, 청하나 사케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다.  쌀로 만든 발효주 혹은 증류주에서 나는 특유의 달큼한  비린내가 별로  취향이 아닌  같다. 내가 잔단감이 심한 와인을 싫어하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최근에 부산의  스시집에서 사케를 먹었는데, 역시나.. 별로  취향이 아니었다.  많은 술을 먹다 보면  입에 맞는 사케도 찾는 날이 올까?!



소주도 쌀로 만든 증류주라서 어릴 때는 싫어하는 줄 알았다. 소주는 쓰고, 끝에 싸구려 단맛이 남고, 정말 술이 안 받는 날이면 그 맛없는 알코올 맛이 너무나도 역하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자꾸만 소주가 그렇게 당기길래 생각을 해보니까, 그냥... 소주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대학생 소정이 소주를 그렇게 마셔댔던 이유는, 소주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때때로 그 싸고 가볍고 금방 취하는 술이 마시고 싶을 때가 있어버린다. 삼겹살이나 곱창 같이 기름진 음식이랑도 먹고, 오뎅탕(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처럼 가볍고 뜨거운 국물이랑도 찰떡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술을 참 좋아한다. 술 종류, 만들어진 방식, 재료, 만들어진 지역,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맛도 가격도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다. 어떤 음식과 먹느냐에 따라서 내가 느끼는 맛도 달라진다. 가까운 사람들이랑 마시면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고, 좀 친해져야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술을 마시면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지기도 한다. 혼자 맛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와인 한 잔 하는 날은 집에 가서 바로 기분 좋게 숙면을 할 수도 있다.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각해보니 굉장히 많아서 다 나열하려면 지면을 너무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술이 좋다.



어떤 날은 위스키에 다크 초콜릿이 먹고 싶고, 어떤 날은 가벼운 텍스쳐의 레드와인에 마라샹궈가 먹고 싶고, 어떤 날은 또 소주에 주꾸미가 먹고 싶고 그런 것이다. 오늘은 떡볶이에 꼬리한 내추럴 와인이 참 먹고 싶은 날씨다. 하지만… 저 중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고 나는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써 내려갈 뿐이다. 체지방 컷팅을 위해서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야근이 더 큰 문제다. 퇴근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서 술을 마실래야 마실 수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술을 남은 한 달 반 동안은 못 마실 예정이라 너무나 속상하고 슬픈 마음에 한번 끄적여보았다. 12월이 되면... 맵고 짜고 달고 느끼하고 자극적인 것과 함께 술을 간에다가 들이붓는 나날들을 보낼 것이라 다짐하며  술에 대한 헛소리를 마친다.  어느새 한 것도 없는데 다섯 시 이십 분이 됐다. 일이나 해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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