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편안하다_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지

by 꽃마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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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나는 내가 나인 게 싫었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다른 친구들은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말도 잘하고, 하물며 싸우기도 잘하는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하고, 이쁜데도 없는 것 같고, 말썽은 부리지 않는 존재가 희미한 학생이었고, 조용히 앉아 공상에 잠기는 아이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포자, 영포자였다.
외워서 했던 공부는 곧 잘했지만, 얼마 지나면 백지장이 되는 게 멍청한 내 머리 탓만 했었다.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왜 태어났나 했었다. 커서도 일을 할 때도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백만 번 생각하고 좌절하면서 문제 해결을 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노는 것을 잘하는 아이, 미술, 비판 잘하는 아이들도 각자의 타고난 소명을 발현하는 것이 자아실현이라는데... 주어진 소명대로 살아가야 하듯이 나도 가면을 벗고, 고통과 직면하면서 내면과 하나가 되고, 나의 소명을 찾아 그걸 발현하는 것, 온전히 혼자서 찾아야 한다.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어?
공부는 못했지만, 성실함으로 매년 개근상을 받았듯 성실함은 타고난 것 같아. 내가 나서서 말을 못 하는 사람이고 작은 것에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 아이들을 보면 측은함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공감 능력을 있어. 섬세하고 민감한 성격인 것이 싫었는데, 그 섬세함은 감정이 풍부한다는 것도 알았어.


수포자가 되고 영포자가 되는 것, 금방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는 건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교육 사회구조적인 문제이지,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


모두 내 탓만 했고, 내가 가진 귀한 보석을 찾아볼 생각도 안 해봤어.


중년이라는 나이 계절로 따지면 5월처럼 아름다운 나이라고 하던데, 도통 이해가 안 가는 그 말 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나의 성장도 지켜보는 과정이니까.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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