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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Jul 03. 2022

키즈카페보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아이

느리고 예민한 아이 키우는 이야기

우리 으누는 5살, 48개월이 될 때까지 키즈카페를 딱 2번 가봤다. 




첫 번째 방문 8개월 무렵 조리원 친구와 갔던 베이비 카페다. 


매일 아이와 집에만 있는 게 우울했던 시기였는데, 막상 만날 친구도 없었다. 비슷한 개월 수 아이를 육아하는 조리원 동기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8개월 아이와 함께 해야 했기에 약속 장소는 자연스레 베이비 카페로 정했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키즈카페와는 달리, 베이비 카페는 돌 미만의 아이들을 위한 곳이다. 집에서 다양한 놀잇감을 접하기도 했고, 놀기 대장 으누였기에 베이비 카페 역시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잘 놀 아이를 상상하며, 나는 조리원 동기와 여유 있게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유 있는 수다타임을 상상한 나의 꿈은 금방 깨져버렸다. 여유는커녕, 한 시도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으누 덕분에 추운 날씨였음에도 땀이 뻘뻘 흘렀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처음엔 낯설어서 적응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내 여기저기 탐색하며 호기심을 보이다가 금방 적응해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에 반해 우리 으누는 2시간 내내 얼어 있었다. 시끄럽고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눈을 꼬옥 감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장난감이 많았음에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얼빠진 표정으로 2시간 내내 나에게만 안겨 있었다. 


늘 활기찬 에너자이저였던 으누였기에 그날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었다.




두 번째 방문은 두 돌 즈음 방문했던 키즈 카페다. 주말을 재미있게 보내주기 위해서 남편과 함께 방문했었다. 조금 컸으니 괜찮아졌으리라 기대를 했다. 집에서처럼 신나게 놀 으누 모습을 기대하며 방문했다.


하지만 결과는 첫 번째 방문과 다르지 않았다. 보호자들이 쉬는 공간인 카페 테이블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왔다. 계속 엄마 아빠의 손을 붙들고 다니며 구경만 하고, 장난감을 만지거나 공간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특히나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질색팔색을 하며 꺼렸다.


그런 으누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왜 또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건지 걱정도 되었다. 세 돌 이후 기관에 보내기로 한 나의 다짐 덕분에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것이 사회성 형성이 방해가 되는 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으누는 5살이 될 때까지 다시는 키즈카페에 방문하지 않았다.




우리 으누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이 예민한 아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온갖 색깔이 모여있고, 온갖 소리가 나는 키즈카페는 불편했을 것이다. 



또래 친구가 모인 곳을 싫어하는 으누였지만, 유일하게 좋아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어린이 도서관이다.



육아 우울증을 떨쳐내기 위해서 갓난아기 시절부터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에 다녔었다. 성인 열람실에서 책을 잔뜩 골라 대여를 하고, 어린이 열람실을 꼭 들렸다. 영유아 실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기어 다니는 아이들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 으누는 어린이 도서관 영유아실에서 이곳저곳 기어 다니며 책을 탐색했다. 책을 읽는 형,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책 읽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곳에서 2시간 이상 머물러도 불편한 기색 없이 신나게 누비고 다녔다.


그렇게 매주 도서관을 다녔다. 성인 열람실, 어린이 열람실, 휴게소, 매점 등 모든 곳이 으누의 놀이터였다. 사람 많은 곳은 불편해하는 으누였지만, 도서관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 덕분에 으누는 그곳을 좋아했다.




엄마인 나도 책을 좋아했기에 으누와 다니는 도서관 나들이는 행복했다. 사실 키즈카페는 나도 불편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나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으누는 내 성향을 고스란히 닮았다. 조금 소심하고 예민해도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었기에 으누의 성향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내 어린 시절의 예민함 때문에 상처받았던 일들이 종종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투영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나를 너무나 많이 닮은 아이라서 걱정이 된다. 조금 더 대범하고 용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내본다. 모두 부질없지만...


으누는 으누만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리라! 예민함이 아닌 섬세함으로, 소심함이 아닌 배려심 많은 것으로 장점이 되어 멋지게 살아가리라! 그런 으누의 성향을 잘 배려해주고, 장점으로 길러주는 방향으로 육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5살이 된 으누는 세 번째 키즈카페 방문을 했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키즈카페보다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더 기다려줘야겠다. 으누가 준비가 될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야겠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책과 친한 아이로 크게 자랄 우리 으누를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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