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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Mar 02. 2022

만두

못 견디게 그립고 그리운...

나는 만두를 참 좋아한다. 앉은자리에서 수십 개도 먹을 수 있다. 특히, 우리 집 만두를 제일 좋아한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게 맛있다.


어린 시절부터 만두 만들기에 대한 추억이 참 많다. 철마다 자주 만두를 빚어 먹었는데, 일명 '만두 데이'에는 온 가족이 다 모였다. 할머니, 작은집 식구들까지 모두 출동!! 손이 어마어마하게 큰 할머니와 우리 엄마는 동네잔치를 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만두소를 만드셨다.


이북식 만두라서 크기도 큰 왕만두!!


아빠와 작은 아빠는 번갈아가며 쉴 새 없이 만두피를 밀었고, 우리 여자들은 큰 대야에 붙어 앉아서 만두를 빚었다.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아이를 낳는다는 말에 열심히 예쁘게 빚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우리 으누가 이렇게 예쁜가 보다~^^)


동생들은 밀가루 반죽으로 장난을 치기에 바빴고, 나도 조금 하다가 꾀가 나면 손을 털고 일어났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만두가 삶아지면, 모두가 붙어 앉아서 서너 개씩 집어먹는 재미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수백 개의 만두를 만드셨는데, 참 고된 하루였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온 가족의 옷이 밀가루로 범벅이 될 즈음, 만두공장은 문을 닫았다. 냉동실은 수백 개의 만두로 가득 찼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만두만 먹어도 맛이 있었다.


나에게는 참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날의 기억들...


.

.


하지만,

언제부턴가 만두를 빚기 위하여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 적어졌다. 우선, 아이들이었던 우리가 다 커버리면서 '만두 데이'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참 많이 생겼다. 그리고 맛있고 퀄리티 좋은 냉동만두가 많이 생겨서, 더 이상 모두가 모여서 고생을 할 필요가 없어진 이유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집 만두만의 자부심으로 어른들끼리 모여서 만두를 빚은 후, 각자의 집으로 보내주시곤 했는데 그 마저도 이제는 아예 없어졌다.


.

.


만두공장의 총 책임관이셨던 할머니가 안 계시고, 만두피 밀기를 교대해 주시던 작은 아빠도 안 계신다.


그래... 할머니는 제일 어른이시니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한 이별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참 그립고 그립지만... 어느 정도는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이별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작은 아빠와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줄만 알았다. '작은 아빠'라는 호칭처럼 나에게는 그냥 '아빠'와도 같았기에, 갑작스러운 이별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결혼식에서 우리 아빠와 똑같은 표정으로 먹먹하게 바라보시던 분... 내가 아기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 달음에 달려 오시던 분...


나는 참 바보 같게도 작은 아빠와의 시간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제주 특산물을 보내드릴 때마다 순서에서 뒤로 미뤄뒀었는데 가장 빨리 이별을 맞을 줄이야...


지난 주말, 작은 아빠의 첫 기일을 지나며 꼭꼭 숨겨뒀던 그리움이 훅 올라왔다. 어린 시절 희미하게 기억나는 젊은 작은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청년이었던 작은 아빠의 목마를 타고 여기저기 다녔던 추억들, 나를 꼭 "못생긴 갑순이"라고 부르시던 목소리, '못생긴'이라는 형용사가 기분 나쁠 수가 없을 만큼 사랑스럽게 쳐다보시던 눈빛.


받기만 했던 큰 사랑을 갚을 새도 없이 너무 갑작스레 떠나버리신 원망도 보내며...


만두를 먹다가 주책맞게도 코끝이 찡해진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너무나 반짝반짝 빛이 나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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