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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Dec 25. 2022

엄마보다 빨리 늙고 있는 내 딸

반려견 달콤이에게

오늘은 달콤이에 대한 글을 써놔야겠다.


 


엊그제 강아지 관련 유튜브를 보다가 8살부터는 노견이니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달콤이의 나이를 손가락으로 세어본다. 우리 달콤이가 곧 8살이 된다. 노견으로 진입을 한다.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 어느새 엄마인 나보다 나이를 먹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도 뛰어다니며 놀아달라 귀찮게 하고, 계속해서 만져달라 애교를 부리며 품 속에 파고들고, 예쁨 받고 싶어서 물색없이 까불던 유년기를 지나 달콤이도 중년기에 접어들었다. 하루종일 있는 듯 없는 듯 혼자 있을 줄 알게 되고, 털은 어느새 푸석푸석 윤기를 잃고, 어느새 강아지의 얼굴이 아닌 개의 얼굴이 되었다. 동물의 얼굴도 나이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1.


푸들은 강아지 종류 중 똑똑함으로 2등이라고 한다. (1등은 보더콜리). 그래서 그런지 우리 달콤이는 정말 똑똑하다. 생후 5~6주 경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첫날부터 바로 배변을 가렸다. 그 어디를 가더라도 적응을 하고 배변을 잘 가린다. 보호자와의 공간을 청결히 하고자 실내배변보다는 실외배변을 좋아한다.


자동차, 버스, 지하철, 배, 비행기 등 그 어떤 교통수단도 잘 이용한다. 덕분에 우리 달콤이와 전국 곳곳을 다니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리 달콤이보다 비행기를 많이 타본 강아지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푸들은 보호자의 감정을 읽어주는 1등 강아지라고 한다. 정말이다. 달콤이는 나의 감정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준다. 기쁠 때 나보다 더 기뻐해주고, 슬플 때에는 조용히 위로를 해준다. 특히 신생아 육아 시절 산후우울증으로 새벽마다 울 때, 달콤이는 졸릴 눈을 비비며 내 옆에서 체온을 나눠 주었다. 조용히 옆에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존재.




#2.


으누가 커가면서 혹시라도 달콤이를 함부로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꼭 '달콤이 누나'라고 부르도록 시켰다. '누나'라는 호칭 속에서 가족으로 느낄 수 있게끔 가르쳤다.


며칠 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공원 놀이터에서 노는데 귀여운 강아지 2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으누가 그 장면을 보더니,


"아~ 우리도 강아지 키우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달콤이가 있는데 강아지 타령을 하다니,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었다.


"으누야, 우리도 강아지 키우잖아? 달콤이가 강아지잖아."

"엄마~ 달콤이 누나는 동물이 아니고 가족이잖아요."


으누의 대답에 가슴이 찡해졌다. 우리 으누도 달콤이를 특별한 존재로 느끼고 있었구나. 길에서 만나는 동물친구들이 아니고,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맨날 달콤이를 귀찮게 굴고 '털베개'라고 놀리면서도 맛있는 과자를 나눠먹으려고 하는 으누의 따뜻한 마음 :) 투닥투닥 둘이서 매일 다투면서도 서로 꼭 붙어있는 찐 남매! 오래오래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3.


달콤이에게는 늘 좋은 것만 해주게 된다. 사료나 간식을 살 때도 최고급으로, 샴푸나 치약도 제일 좋고 비싼걸로만 산다. 과연 달콤이도 좋아할는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술인 걸 알면서도 그렇게 된다.


피곤해도 달콤이 산책을 위해 매일 나가게 되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갈 때도 항상 달콤이와 함께 한다. 강아지 동반 여행은 제약이 많음에도,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늘 함께 다닌다. 다음 생은 달콤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많은 걸 누리고 사는 달콤이다.


잔디가 있는 단독으로 이사 온 이유도 달콤이를 위함이 더 크다. 잔디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다. 갑갑한 아파트에 갇혀 있는게 미안해서 더 많은 걸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이렇게나 부족함 없이 달콤이를 키우면서도 늘 미안하다. 더 해주지 못함에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을 수 없음에 미안하다. 더 좋은 곳에 함께 데려가지 못함에 미안하다. 집이나 차에 혼자 두는 시간이 있음에 미안하다.


으누가 태어난 후, 달콤이가 조금은 귀찮아졌음에 미안하다. 그럼에도 우리 달콤이는 나밖에 모르는 존재임에 미안하다. 달콤이는 나를 가장 사랑하지만, 나는 달콤이를 가장 사랑하지 않음에 미안하다. 그냥 모든 게 다 미안하고 안쓰럽다. 다음 생은 꼭 사람으로 태어나렴. 더 많은 걸 누리고 즐기렴.




#4.


강아지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정성도, 마음도 많이 쓰인다. 그중 돈이 가장 많이 든다. 매달 사료, 간식, 심장사상충 약 등 정기적으로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 몇 백은 쉽게 깨진다. 병원에 갈 때마다 '우리 집 돈덩어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그 시간과 정성과 돈이 모두 아깝지 않을 만큼, 달콤이는 우리 가족에게 그 이상의 사랑과 기쁨을 준다. 그것만으로도 모두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세상에 그 어느 존재가 내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좋아하며 맞아주겠는가. 내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나를 반겨주겠는가. 그 누가 아무리 귀찮아도 이름을 부르면 어슬렁어슬렁 내 옆에 와주겠는가.


지금은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우리 으누도 곧 친구가 생기고 자신만의 세계가 생기면 독립을 하겠지. 하지만 우리 달콤이는 죽을 때까지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겠지. 참, 바보 같은 존재다. 그래서 우리 달콤이에게 쓰는 시간과 돈은 절대로 아깝지 않다. 오히려 더 해주지 못함에 미안하고 애달프다.




#5.


건강하게 오래 살자 달콤아❤️

더 좋은 곳 구경 다니며 오래오래 함께하자.

우리 으누 군대 가면 같이 면회 가자 꼭!!


그러니 꼭, 스무 살까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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