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언제 해야 할까.
미리 상의된 건 아니지만 아이가 생기고 난 후에 하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 앞날은 1초 뒤도 모르는 일이기에 이 사람과 정말 평생을 함께해도 괜찮을지 직접 살아보고 결정할 유예 기간도 어느 정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한번 서류를 제출하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신중히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6개월 정도 살아보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만의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그는 내가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줄 테니까.
근데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우리의 혼인신고를 우리의 뜻대로 정할 수 없었다. 애초에 집을 매매하면서 신혼부부 전용 대출을 받았는데, 결혼 전이기 때문에 예식장 계약서나 청첩장을 증빙으로 제출하면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대출이 완료된 후에 혼인신고를 하고 그 집에 실제 거주 중이라는 등본을 제출하라고 연락이 왔다. 이건 정말 계획에 없던 일인데.
집 공사가 끝난 직후부터 그가 먼저 신혼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결혼식이 두 달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간 새집을 비워둘 수 없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신혼집에 들렀다 가는 것 같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예 그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온전한 나의 첫 집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차피 살고 있으니 그를 신혼집으로 전입 신고를 하는 건 문제가 안 됐지만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은 나까지 배우자 자격으로 전입신고를 하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무리 결혼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도 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혼인신고라니. 프러포즈도 결혼 준비 다 하고 받았는데 혼인신고까지 순서를 뒤집어서 하긴 싫었다.
하지만 은행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데 있어 나의 기분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혼인신고를 하려면 구청에 두 사람이 같이 방문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둘 중 누가 방문해도 상관이 없었다. 회사 일로 바쁜 그를 대신해서 연차를 내고 혼자 구청에 방문해서 신고서를 제출했다. 담당자가 접수증을 한 장 출력해 주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신고서 접수 됐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응?? 끝이라고??’
혼인신고는 별 게 아니었다. 서류 작성과 제출만으로 나는 법적 유부녀가 되었다.
다음날 신혼집으로 둘 다 주소지 이전을 했다. 전입지 세대주와의 관계에 ‘처’라고 적었다. 내가 누군가의 ‘처’가 되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 결혼 전에 혼인신고를 먼저 해서 받은 혜택이 하나 있긴 했다. 12월 말에 혼인신고를 해서 그해 연말정산 할 때 부녀자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회사 스케줄 때문에 너무나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계획했던 대로 남은 일들을 잘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미안한데 어쩌면 신혼여행을 못 가게 될 수도 있겠는데.”
“그걸 말이라고 해? 바쁜 건 알겠는데 어떻게 신혼여행도 못 가. 회사 일은 혼자 다 하니?”
그래, 안다. 너무 잘 안다. 나도 그 회사 7년 다니고 그만뒀다. 부서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매년 초가 제일 바쁜 시기인 건 말 안 해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다 준비된 신혼여행을 못 갈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걸까.
”혹시 처제 시간 되면 같이 갈 수 있는지 한번 물어볼래?”
실제로 동생한테 혹시 신혼여행 같이 간 시간 되냐고 물어봤다가 본인은 시간이 한가해 보이냐고 된통 욕만 먹었다.
“자기 못 가면 그냥 나 혼자라도 갈 거야. 어떻게든 갈 거야. 근데 정확하게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언제까지 알려 줄 수 있어?”
그것도 상황을 계속 봐야 해서 직전까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하는 자리라 늘 회사 업무가 1순위 인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긴 했다. 나도 각종 마감과 신고 일정으로 바빴지만 내 스케줄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업무였고, 그 사람은 회사 스케줄 따라 본인 스케줄도 따라가야 하는 업무였기에 최악의 경우 신혼여행을 못 가게 되거나 정말 혼자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근데 결혼식장엔 올 수 있는 거 맞아? 나 지금 진지해.”
결혼의 하이라이트는 신혼여행인데. 이해가 영 안 되는 바는 아니었지만 정말 신혼여행도 못 가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무탈하게 잘 준비되던 결혼식이었는데 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