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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Feb 06. 2018

이 새벽의 파도타기



 스물 세 살이나 먹어서는 아직도 누군가 다가오면 어렵고, 또 누군가 멀어질 생각을 하면 아프고. 소중한 무언가가 늘어날 때마다 마음 한 켠에 불안함이 쌓이는 걸 가만 내려놓고 마주하기가 참 어렵다.


 매일 행복하거나 매일 우울한 건 아니니까, 그저 서퍼가 파도를 타듯이 그렇게 감정이 움직이는 걸 바라보면 된다고. 쉽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건 절대로 쉽지가 않아. 높이 솟아오르는 파도는커녕 잔잔한 물결의 일렁임에도 나는 자주 휘청거리는걸.


 능숙하게 파도를 타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물을 먹어가며 견뎌야 하는 걸까. 실체도 없는 물과 싸우려면 나는 무엇을 무기로 갖추어야 하나. 십오 년, 올해로 십육 년째야. 이십 삼년 인생의 절반도 훨씬 넘는 이 시간들 동안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를 다녔지만. 아무도 나에게 물과 싸우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았어.


 내가 나인 게 싫고 네가 너인 게 싫다면 우리는 이 밤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도 소설도 영화도 따뜻한 말 한 마디도. 그 어느 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이 새벽에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와 내가, 내가 싫은 나와 네가 싫은 네가, 우리로 함께하면 조금은 힘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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