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내내 눈이 발갛게 붓도록 울거나
간혹 콧잔등을 덮은 이불이 아주 영영 무덤이기를
바라는 날들이 이제는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오늘 같은 새벽에 눈을 뜰 때면
나는 넌지시 우울에 질식하고만 싶다
떠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쓸쓸하게 우울한 생각들
을
잔뜩
떠올려서는
그 속에 깊숙이 가라앉고
나는 그 안에서 나의 몸이 붕
떠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으면서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지도 모르면서
(이 끝없는 추락은 어쩌면 무한히 평안한 휴식의 궤도 위로 슬며시 올라타는 일)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아주 진득한 농도의 우울로 이루어져 있어
질식窒息이 곧 숨의 막힘이나
숨 쉼의 부재로서만 완성되는 안락한 쉼의 마침표.
그러나, 나는 울울한 바닷속에서
마침표 하나 찍지 못하는 쉼표의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