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1
밑으로 내려가야만, 바닥에 닿아야만 결국에는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거라고. 함께하는 이 시간만큼은 끝없이 아래로 내려가도 괜찮다고. 혼자가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는 안전하다고. 올라오라고 재촉하지 않을 테니, 그저 혼자 가라앉지만 말아달라는 당신의 말.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또 당신이 나에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해주었다고. 우리가 이렇게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된 건지. 우리가 서로에게 각자의 존재만으로도 지지가 되고, 힘이 되고, 응원이 되는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우리가, 단지 서로의 있음으로 인해서 위로를 받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