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식 참깨 빵 시미트, Simit
터키 한복판에서 풍기는 익숙한 향기. 이질적인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향 때문인지 눈이 번쩍 뜨입니다. 냄새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뜨거운 홍차가 담긴 보온병을 왼쪽 어깨에 짊어진 앳된 청년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손에 든 막대기에는 얇은 고리 모양의 빵이 주렁주렁 걸려있습니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 갑자기 검지 손가락 하나를 추켜올리며 "1리라"라고 외친 뒤 참깨 빵 하나를 들어 올립니다. 동전 하나로 고소한 향기를 삽니다. 건네받은 빵을 쭉 찢자 붙어있던 참깨들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아스크다 에크멕(Askida ekmek)
'Askida ekmek'(아스크다 에크멕)은 오스만 제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생활 속 기부문화입니다. ‘Askida’(아스크다)는 옷걸이를 뜻하고 ‘Ekmek’(에크멕)은 빵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즉 걸어둔 빵이라는 뜻. 손님들은 빵집에서 빵을 계산할 때 “Askida”(아스크다)라고 말한 뒤 빵 두어 개 값을 넉넉하게 지불합니다. 빵 하나는 손님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빵집 주인이 배고픈 누군가를 위해 가게 밖에 걸어둡니다. 베푸는 기쁨과 받는 감사함이 갓 구워진 고소한 빵 냄새를 타고 멀리 퍼져나갑니다.
발칸지역에서 널리 먹는 참깨 빵은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도 터키의 'simit'(시미트)는 흰 빵 or 고운 밀가루를 의미하는 아랍어의 'سميد'(samid)에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키 내에서도 이스탄불 지역에서는 참깨 빵을 'simit'(시미트)라 부르는 반면 이즈미르 지역에서는 바삭바삭한이라는 뜻을 가진 'gevrek'(게브렉)으로 불립니다. 이즈미르식 시미트(게브렉)는 상온의 시럽 물을 사용하는 이스탄불식과 달리 시럽 물을 뜨겁게 데운 뒤 반죽을 데쳐냅니다. 베이글처럼 말이죠.
발효를 마친 반죽이 뜨거운 온도에 노출되면 반죽 껍질 부분부터 효모의 운동성이 제거됩니다. 이 상태에서 오븐으로 들어가면 발효가 멈춘 겉 반죽으로 인해 반죽의 형태가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부푸는 영역이 제한되어 밀도가 높고 쫄깃한 식감의 빵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서 반죽을 빨리 건져내지 않으면 반죽 안쪽의 효모까지 사멸해 부피가 지나치게 작은 빵이 만들어집니다.
시미트 반죽을 데칠 때 물에 섞어 사용하는 'pekmez'(펙메즈)는 지중해 주변 남유럽, 중동지역 대부분에서 많이 사용되는 과일시럽입니다. 포도, 대추, 오디, 베리류 등 단맛이 강한 과일을 으깨 즙으로 만든 뒤 맑게 액체만 걸러냅니다. 걸러낸 즙을 끈끈한 점성이 생길때까지 오래 졸여 pekmez를 만듭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과일 껍질 특유의 쌉쌀한 맛과 은은한 흙냄새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동지역에서는 주로 고소한 tahini(깨소스)에 단맛을 추가하는 역할로 pekmez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둘을 섞은 tahini pekmez에 당일 만든 고소한 빵을 찍어먹으면 아침으로 든든하겠죠?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Goober사의 그레이프피넛버터잼과 비슷해 보이네요.
pekmez를 집에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꽤 간단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포도즙이나 포도주스를 끓여 수분을 날리면 바로 포도 pekmez (üzüm pekmezi)입니다. 맑은 포도주스나 포도즙을 약 1/5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졸여보세요. pekmez와 거의 비슷한 향과 맛, 점도가 느껴졌습니다.
// 재료 //
반죽
밀 500g
물 270ml
생이스트 20g
소금 3g
설탕 15g
올리브 오일 15g
시럽 물
물 375ml
pekmez 125ml
/ or 포도주스 1L를 500ml로 졸여 시럽물로 사용하기
+
볶은 깨
물 270ml에 소금 3g, 설탕 15g, 올리브 오일 15g, 생이스트 20g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 가루 이스트 사용 시 10g을 넣어줍니다.
밀가루에 이스트 혼합물을 넣고 (팔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글루텐이 잡힐 때까지 반죽해줍니다.
/ 반죽기 사용을 강력추천드립니다.
반죽이 2배로 부풀 때까지 약 40분간 1차 발효합니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가스를 빼주고 6개로 분할합니다. 길쭉하게 모양을 잡은 뒤 20분간 2차 발효합니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길게 늘린 뒤 반으로 접어 꽈배기 모양으로 꼬아줍니다.
동그랗게 말아 끝과 끝을 연결시킨 뒤 문질러서 이어줍니다.
pekmez:물을 1:3으로 섞어 끓기 직전 김이 펄펄 날 때까지 데워줍니다.
/ pekmez를 구하기 힘드시면 물을 섞지 않은 포도즙이나 포도주스를 끓여 절반 정도의 수분을 날린 뒤 시럽 물로 사용해줍니다.
반죽을 뜨거운 시럽 물에 넣고 각 면 20초씩 양면을 익혀줍니다.
끈적한 시럽 물이 묻은 반죽 표면에 볶아둔 깨를 잔뜩 묻혀줍니다.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5분간 구워줍니다.
만드는 내내 깨 볶는 향이 하루 종일 가시질 않아 내내 기분 좋은 그런 하루였습니다.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두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