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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Dec 02. 2021

써야만 하는 사람

억지로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

대체로 일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려고 한다. 평일엔 회사 다녀온 뒤 남은 시간을 나름 생산적으로 보내고, 토요일엔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난 뒤 개인 공부나 외출을 하곤 한다. 그래서 일요일만큼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야 또다시 한주를 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토요일까지 바쁘게 보내고 다소 지쳐있는 상태였다. 평소처럼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모닝커피 사러 나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좋아 벤치에 앉아 브런치에서 좋은 글들을 보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점심 먹고는 책을 좀 봤는데 기상 후 계속적으로 머릿속에 뭔가를 넣어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번져 갑자기 피로해졌다.


안 되겠다 싶어 보던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오늘은 쉬어야만 해!

정자세로 누워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렸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졌다. 전날 다녀온 콘서트에 관한 글, 그 밖에도 쓰고 싶은 글이 꽤나 미뤄지고 있다는 생각, 머리는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아.. 오늘 안 쉬면 다음 주가 힘들 것 같은데..ㅠㅠ 글은 좀 몸이 편할 때 쓰면 좋겠는데..'


그러나 도저히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생각을 끊어내기 위해 끙끙 앓으며 버티다 결국 포기하고 몸을 일으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썼다. 잠이 안 오도록 쓰고 싶어 하던 그 글들을. 그렇게 뭔가를 다다다다 써내고 나니 2시간이 지났다. 머릿속에 계속 생각으로 머물던 것들을 글로 써내버리니 머리가 가벼워졌다. 그런데 신기한 건, 글 쓴다고 쉬지 못한 나의 몸 또한 피로가 풀린 기분이었다.






써야 하는 데 쓰기 싫어 괴로운 경험은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많이 경험했지만 쓰고 싶은데 휴식을 위해 쓰는 걸 미루다 보니 못 써서 괴로운 경험은 처음 겪어서 매우 신선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고 나니 잘 쉰 느낌이 드는 것도 신기했다.



'억지로 안 쓰는 것도 정말 힘든 거였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고 살아온 삶을 잠시 돌아봤다. 지금처럼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을 때가 무수히 많았고, 그때마다 생각을 멈추지 못해 괴로워하며 스트레스받았었다. 그럴 때마다 지금처럼 글을 썼다면 길었던 과거의 그 시간이 좀 더 편안했었을 텐데. 그러한 괴로움들을 그동안 어떻게 버텼을까.



'휴식'이라는 중요한 일을 위해 억지로 안 쓰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느끼고 나니 글쓰기가 나에게 마치 숙명인 것처럼 느껴지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글쓰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도 깜짝 놀랐다.



'나는 글을 써야만 편안해지는구나.'



이렇게 몰랐던 또 하나의 나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

나에겐 글쓰기가 필요하고,

글쓰기는 나에게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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