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코치 Dec 11. 2021

명상 시작 1년

명상 1년의 과정과 그로 인한 변화

회사 일과 자기 계발, 그리고 독립을 위한 이사 준비로 바쁘게 보내던 작년 이맘때였다. 이런 생활에 길들여지다 보니 뭔가 쉬려고 마음먹어도 제대로 쉬어지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니. 어떻게 하면 제대로 쉴 수 있을까? 고민하다 휴식에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 고른 책이 <최고의 휴식>이었다.


이 책에선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와 뇌과학, 그리고 대표적 마인드풀니스인 명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명상이 집중력에 좋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들었지만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래, 명상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쯤 이 책을 다 읽고 새해 목표에 '명상하기'를 추가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1번에 10분 이상 명상'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도 새워봤다.



처음 명상을 할 땐 퇴근 후 시간을 활용했다. 타이머를 10~20분 정도로 맞추고 <최고의 휴식>에서 나온 '마인드풀니스 호흡법'을 해보았다.



1. 의자에 앉아서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는다.

2. 몸에 감각을 의식한다.

3. 호흡에 의식한다.

4. 잡념이 떠오르면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간다.



이때 명상을 해보며 느낀 건 '한 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구나.'라는 것이었다. 들이쉬고, 내쉬고 딱 한 호흡을 하면서도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단 한 번 호흡에도 집중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오히려 유튜브를 켜놓고 요가를 30분 하는 게 더 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요가하는 것을 그렇게나 힘들어하면서, 고작 스스로 10분 동안 눈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게 요가보다 어렵게 느껴지다니. 유튜브의 요가 콘텐츠는 영상 속 강사분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되는데, 스스로 하는 명상은 그게 아니라 더 힘들다는 생각에 '내가 진짜 수동적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게 내 명상수련의 첫 느낌이다.


어쨌든 '주 3회, 1회당 10분 이상 명상'의 루틴을 약 4개월 정도 지켜서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엔 이상하게 의욕이 과해서 내 능력 이상의 공부와 이직 준비로 열을 올려서인지 그 자체에 피로감이 심해 번아웃이 왔다. 몸이 휴식을 원하는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5월부터는 주 3회 명상을 매일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명상의 효과를 느껴서 명상 시간을 늘렸다기보단, 어떻게 쉬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어서 '이거라도'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흔히 명상의 효과를 집중력 향상, 감정 조절력 향상, 자기 인식에 대한 변화, 면역 기능 개선이라고 말한다. 4가지 모두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특히 직무특성상 너무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해서 인지 어느 순간부터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사람의 말에 경청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실수가 잦아졌고 그러한 일의 반복은 나 스스로를 일 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집중력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명상의 효과가 필요해서라도 '이거라도'라는 생각을 이어나갔던 것 같다.




때때로 명상을 하고 나면 머리가 개운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피로가 풀리고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어떤 날은 진 빠지게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맥주 한 잔 생각이 절로 나다 보니 '빨리 밥 먹고 씻고 영어 공부하고 일기 쓰고 명상하고 맥주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에 명상하기 전까지 분주하게 움직이고 명상하면서도 명상이 빨리 끝나길 기다릴 때도 많았다. 그렇게 명상을 빨리 끝내고 맥주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있으면 '명상을 빨리 끝내고'라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해졌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하는 명상수행인데, 빨리 해치워야 하는 일과쯤으로 여겼다니. 그럴 바엔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그 후엔 자기 전 맥주를 마시더라도 명상할 때만큼은 느긋함을 가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명상을 할 땐 명상을 하는 나 자신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결국 이런 시행착오도 명상수행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그다지 효과도 없어 보이고 때때로 불편하면서도 귀찮기도 한 명상인데 하루 10분 정도 하는 게 크게 문제가 없었던 건지 계속 이어나갔다. 셀프 명상이 어려워 결국 가이드 명상을 찾아서 했는데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찾아서 했고 나중에는 유료 앱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국내에서 만든 '마보'라는 앱을 일주일 무료체험 후 한 달 결제를 해서 써봤다. 그리고 유명한 명상 앱인 Calm을 일주일 무료 체험해봤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들었다. 마보처럼 한 달 결제가 있으면 바로 했을 것 같은데 1년 치를 결제해야 해서 괜히 부담스러웠다. 다른 앱을 찾아보자 싶어 여러 앱의 무료체험을 경험하다 결국 Calm을 1년 결제를 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명상 초보이기도 하고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나에겐 셀프 명상보단 가이드 명상이 훨씬 좋았다.



하루 10분의 명상을 한 지 9개월이 지났을 때, 그때도 내가 가장 원했던 집중력 개선이 되질 않았다. 계속적인 번아웃과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스스로를 심각한 ADHD라 여기며 집중력도 딸리는데 회사를 관두네 마네 생각도 많이 했다. 이러한 피로를 해결하고 싶어 계속해서 휴식 책을 읽었는데 그런 책들에서도 '명상'의 중요성과 효과성을 강조했다. '명상 시간을 더 늘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에 하던 하루 10분은 그대로 두고 너무 피곤할 때마다 한 번씩 2~30분 정도 추가 명상을 했다. Calm이든 어떤 명상 앱이든 시간별 명상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렇게 명상을 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갑자기 명상 효과를 보고 있다. 호흡에 집중하다가 딴생각이 들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감정이 불편할 때 불편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하던 일로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명상의 '인지'과정이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나보다 돈 잘 벌고 일 잘하는 직원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낄 때

'에휴, 나는 뭐하느라 지금 나이에 연봉이 이만큼이고 저렇게 일을 잘하지도 못하나, 진짜 때려치우고 다른 일이나 할까.'

이런 생각을 보통 했다면

'내가 지금 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는구나.'라는 것을 인지하며 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이유를 모르겠는데 뭔가 짜증이 나고 화가 나있을 때도 잠시 멈추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람마다 '마음의 위치'를 상상하는 곳이 다르겠지만 나는 나의 심장 쪽을 가만히 느낀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짜증과 화가 부글부글 거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글부글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이런 식으로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마음 관리가 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사실 명상 말고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꾸준하게 했을 뿐인데, 하루 10분 명상수련이 나에게 이런 큰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가장 큰 고민이었던 '집중력 문제'도 갑자기 개선되었다. 물론 '나'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에 정착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글로 머릿속을 정리해나가는 것이 집중력 개선에 도움을 줬을 것 같다. 어쨌든 명상과 글쓰기의 시너지 효과로 예전보다 집중력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요새는 업무 실수도 상당히 줄어들었고 1~2시간씩 집중해서 일하고 난 후에 나 자신을 보며 뿌듯해할 때가 꽤 많아졌다.




이러한 스스로의 마음관리와 집중력 문제의 일부가 개선된 것이 하루 10분 명상을 꾸준히 한지 10개월 이후 나타난 효과이다. 사람마다 바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3개월, 6개월, 2년 만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게 10분 명상의 효과라곤 할 수 없다. 보통은 하루 45분 이상 매일매일 해야 나타나는 효과라고.. 그럼에도 다른 대안이 없었던 나는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명상을 해보았다. 언젠간 내가 바라는 명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믿으면서. 그러한 믿음이 일부 이루어진 것에 아주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요새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명상하는 시간이 때때로 기다려지곤 한다. 마음이 불편한 날엔 '감정 바라보기'나 '자애명상'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물론 아직도 한 번의 호흡 중에도 생각이 떠오르고 10분 명상 중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는데 이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명상이라고 한다. 명상 중 생각이 들면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를 인지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명상에는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그저 그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10분의 이 시간은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나를 위하고, 나를 알아가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마인드풀니스의 대표적 선구자인 존 카밧진(John Kabat-Zinn)이 말한 마인드풀니스의 정의는 '순간순간 주위의 장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및 감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판단을 더하지 않고 현재를 중심적으로 또렷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물며 판단하지 않고 수용하며 알아차리는 것이 결국 마인드풀니스, 마음 챙김이다. 마음 챙김의 일환으로 명상을 하며 나는 작년 이 맘 때보다 어찌 보면 더 많이 바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보다 피로하지 않고 집중하며 편안하게 일상을 즐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하루의 일정 시간을 온전한 나를 위한 시간으로 계속적으로 내어주면서 계속적인 수련을 해나가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써야만 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