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매년 새해 목표를 세웠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달성하는 목표도 있었고 버려지는 목표도 있었다. 그리고 내년으로 계속해서 미뤄지는 목표들도 있었다. 이루지 못한 목표들이 많더라도 새해를 맞이하며 목표를 세우는 일은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 즐거웠다. 그래서 매년 새해 다짐과 함께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며 매년 적어도 하나 이상은 이뤄냈었으니까.
올해 새해 목표가 뭐였더라.
12월이 되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 브런치에서 몇몇 작가분들의 연말 결산을 하는 글을 보며 나도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년 노트 어딘가에 정리를 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이곳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변화라면 변화겠다.
2021 새해 목표
1. 매일 목표
일어나서 기지개 켜고 물 마시고 이불 정리하기
감사일기 쓰기
3년 다이어리 왼손으로 쓰기
책 1페이지 이상 읽기
매일 10분 이상 햇빛 보기
2. 주별 목표
주 3회 하루 30분 이상 요가 또는 만보 걷기
주 3회 하루 10분 이상 명상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쉬기
- 여행하는 날은 목표 달성보다 여행에 집중, 압박감 가지지 말기
3. 월별 목표
독서 1권 이상
글쓰기 1회
영화 한 편 보기
4. 1년 목표
경제 공부 하기 (주식, 펀드 등에 더 관심 가지기)
엄마랑 여행 가기
해외여행
달성도로 분류해봐야겠다.
1. 99% 이상 달성한 것 (1~2회 정도 빼먹은 것)
- 매일 목표 5가지 전부 달성
- 주 3회 하루 30분 이상 요가 또는 만보 걷기 달성 : 4월부터 주 6회로 늘려서도 달성했다.
- 주 3회 하루 10분 이상 명상 : 5월부터 매일 10분으로 늘려서도 달성했다.
- 월 독서 1권 이상 : 최소 2권, 많게는 5권까지 읽은 것 같다.
- 엄마랑 여행 가기 : 10년 넘게 목표만 세우고 미루기만 하던 목표 드디어 올해 달성!!
2. 50% 정도 달성한 것
-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쉬기 :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절반 이상은 달성한 듯!
- 월 글쓰기 1회 : 6개월 정도 글을 못쓰다가 하반기에 브런치를 시작하며 약 30개 정도 글을 썼다. 이 정도면 달성했다고 해도 될 목표 같다.
3. 그 외
- 월 영화 한 편 보기 : 아쉽게도 다섯 편 밖에 못 봤다.
- 경제 공부 하기 : 다른 관심사가 너무 많아 결국 포기상태
- 해외여행 : ... 갈 수 없었다.
매일 목표가 너무 많긴 한데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새해 목표 세울 때와 달리 연중에 매일 목표가 자꾸 늘어나서 5월부턴 야나두 10분 영어로 하루 30분 이상 무조건 영어공부를 했고 명상과 만보or요가를 주 3회에서 주 6회로 늘리며 이 또한 매일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하루가 꽉 차는 느낌이 들어 부담스러웠던 적도 자주 있었다. 어쨌든 햇빛 보기나 책 1페이지 이상 읽기는 좋은 목표였다. 이제는 햇빛 보는 일과 책 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고 일상화가 되었다.
햇빛 좋은 날엔 시간 될 때마다 책 들고나가 햇빛 좋은 벤치에서 책을 봤다.
숨차게 운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와 요가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만보를 걷거나 요가를 30분이라도 했다. 둘 다 고강도 운동이 아니다 보니 체력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덕분에 몸이 심하게 앓았던 적 없이 한 해를 건강하게 잘 보냈고 체중도 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보를 걷지 않는 날엔 요가를 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그냥 쉬었다.
엄마랑 여행 가기와 글쓰기 목표를 달성한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쁜 일이다. 둘 다 매년 새해 목표에 올랐는데 엄마와 여행 가기는 아마 10년 정도 목표만 세우고 실행을 못했었던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운전을 못한다는 것. 뚜벅이로 엄마를 모시고 어디 간다는 것이 서로 힘들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운전연수를 받아서 모시고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계속 미룬 것이다. 그래서 결국 올해는 뚜벅이로 어머니와 강릉, 삼척 여행을 다녀왔다. 두 곳 다 좋은 호텔을 잡아 그곳만의 풍경을 즐기고 맛있는 것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호캉~스)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셔서 나도 너무 행복했었다.
글쓰기는 4월 정도까지는 한 달에 한 편씩 워드로 써봤지만 영 재미없었고 갑자기 시작한 공부 때문에 글쓰기는커녕 영화 볼 시간도 없어졌었다. 그래도 9월부터 나름 여유를 찾고 브런치를 시작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글을 써냈으니 정말 만족하고 그저 감사하다.
이렇게 연초에 새운 목표들을 올해도 비교적 달성했다. 무엇보다 소소하긴 하지만 매일 목표를 꾸준히 놓치지 않고 한 것은 정말 뿌듯하다.
새해 목표에도 없이 갑자기 시작한 일들도 많았다.
1. 채용담당자(Recruiter) 공부 : 지금 하는 일을 하다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구성원(사람)이고 사람을 들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나의 생각을 회사에 말해 자진해서 채용을 맡기로 했고 공부를 시작했다. 비록 상반기에 3개월 정도 잠깐 하다 접었지만 이 3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다. 이때 한 공부는 단순히 기업의 채용만 알았다기보다 나름 인생공부를 많이 했고 '사람' 그리고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 이직 : 올해 정말로 이직 계획이 없었다. 다니던 회사에 만족했었고 3월 연봉 협상에서도 내가 제안한 만큼 연봉을 올릴 수 있었다. 내 인생 가장 큰 인상폭이기도 했다. 그러나 채용 공부를 하면서 회사의 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애사심 상실로 더는 회사를 다닐 수 없어 이직했다. 4~5월은 구직 활동한다고 채용담당자 공부할 때보다 더 바쁘고 정신없게 살았고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이직 후에도 새 회사 적응한다고 너무 힘들었는데 반년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적응하고 업무성과도 나오는 것 같아 나름 만족한다.
3. 자기 객관화 : 하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기 객관화를 열심히 했다. 심리학 공부, 심리상담, 각종 진단검사, 글쓰기, 내면 아이 치유 등등 너무 열심히 해서 번아웃이 살짝 오기도 했는데 그래도 상반기처럼 심하게 오진 않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나를 알아간다는 건 정말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 괴로움과 어려움 뒤에는 그 이상의 가치와 긍정적 변화가 있다.
4. 영어공부 : 영어공부 또한 10년 이상 '해야지, 해야지'하고 미루기만 했다. apple이 아이폰 만드는 회사 말고 원래 뜻이 뭐더라.. 가물가물 해질 정도로 영어와 담쌓고 살다가 '영어 공부해야지라는 생각 좀 그만하자.'라는 마음으로 4월부터 야나두를 시작했다. '하루 10분, 야나두'로 광고하지만 사실상 하루 10분만 할 수 없었고 30분 이상 매일 하는 것 같은데 아직도 영어로 말을 못 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영어로 간단하게라도 말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다행히 직무상 영어가 크게 필요 하지 않아서 조급하지 않다.
240일째 매일매일 출석 중인 야나두
5. 하루 최소 수면 6시간 이상 : 하반기부터 휴식 관련 공부를 하며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떻게든 6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90%는 달성한 것 같고 평균 7시간은 잔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자는데 이러한 일과를 소화한 것도 어찌 보면 신기하다. 앞으로도 하루 6~7시간 수면은 지금처럼 우선순위로 두고 싶다.
월평균 수면시간이 223시간이라는 것은 하루 약 7시간 정도이다. 6. 월급에 1%씩 기부하기 :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고 시간이 없다면 돈으로라도 어딘가에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5월부터 시작했다. 월급이 높은 편은 아니다 보니 큰돈은 아니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수다 중에 월급날에 뭐하냐는 이야기 나누다 월급에 1%를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더니 직원들이 놀라던 기억이 난다. 왜 놀라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말로 꺼낼 이야기는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매달 월급날마다 카카오같이가치에서 내가 기부하고 싶은 곳을 선택하여 조용히 기부한다. 월급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기부하는 건 내가 예상치 못한 노동의 즐거움을 주었다. 돈 벌만하구먼!!
연중에도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것이 체감되는 나날이었다. 나의 꾸준함이 돋보이는 활동들이 많았다. 그동안은 돈 안되고 효율 떨어진다 싶은 건 안 했다면, 올해는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했던 것 같다. 이런 소소한 일과들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 믿으며 계속해나갔다. 성과가 있다면 예전보다 잘 자고 명상, 심리상담,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안정도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 올해 초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마음에 든다는 것, 그리고 타인 위주의 삶이 아닌 내 위주의 삶을 산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오직 나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값진 성과이다.
올해는 아마 내 생에 가장 여유 없이 보낸 한 해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되려 다른 해보다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시간의 여유는 없지만 그동안의 과거 시절보다 마음의 여유는 조금 더 있었던, 정말 신기한 한 해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많이 변화한 것이 느껴진다. 다소 무리하게 움직였을 수도 있는데 잘 따라와 준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내년에도 매일 명상, 매일 영어공부 등 매일 하는 것들은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이러한 것들을 유지하면서 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2022년 새해 목표는 12월이 가기 전에 시간 내서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