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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Dec 19. 2021

하루라도 본능에 충실해야겠다.

결국 휴식은 본능에 충실하는 것

일요일은 나에게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이다. 토요일까지 나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만큼은 푹 쉬는 게 일주일 나름의 루틴이자 목표랄까. '쉬는 것'조차 목표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어쩐지 씁쓸하긴 하지만 어쨌든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에 잘 쉬려고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쉬는 날에 아프기까지 하니 되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푹 쉬어야겠다며 엄마와 만나기로 한 것도 미루고 이불속에 누워있었다. 12월의 깊은 날, 혼자 지내는 작은 공간에 이불 밖은 다소 추웠다. 혼자 있는데 난방하는 것도 괜히 돈 아까워 더욱더 이불속에 파고들었다. 온수매트를 켜 둔 이불속은 살짝 덥기까지 했다. 이불을 잠시 걷으면 다시 방안에 추위가 느껴졌다.


앓아누워 이불속에 있는데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주제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이어졌다. 누워서 생각만 하는대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추운 공간에 따뜻한 이불 속이라 금방 잠이 올 것처럼 피로가 느껴졌다. 몸도 안 좋으니 낮잠을 자야겠다 생각하고 안경을 벗고 잠을 청했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머릿속 생각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분명 편안히 누워있는데 머리가 복잡해지니 어깨까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잠이 들지 않았고 일어나 앉았다. 이럴 때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


몸이 '글을 써라.'라고 나에게 보내는 신호는 몸이 아픈 것과는 영 상관이 없나 보다. 누워서 하던 생각들을 글로 써내기 시작했다. 사실 10가지 넘는 주제를 생각해서 뭘 써야 할지 잠시 멍해졌는데 흩어진 생각들 중 하나를 골라 겨우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쓰다가 더 이상 써지지 않았다. 안 써지는 것을 계속 쓰려니 살짝 스트레스가 느껴져 저장 버튼을 누르고 멈췄다.


바로 이어서 누워서 하던 생각 중 하나였던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해 놓은 일을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고 시간도 좀 남아서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어찌어찌해내고 나니 뿌듯함을 느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어느새 몸에 통증은 사라져 있었고 피로감이 일부 해소되었다.





'정말 자유롭다.'


본능이 이끄는대로 하고나니 자유로움을 느꼈다. 억지로 쉬려는 것은 자유가 아니었나 보다. 쉬어야 한다는 의무는 다음 주에 좀 더 생산적이고자 하는 나의 불안 때문이었을까. 글을 쓰다가 잘 써지지 않아 멈춘 것에서도 자유를 느꼈다. 글쓰기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하다가 잘 안되면 중간에 멈춰도 된다. 그야말로 본능이 나를 이끄는 느낌이다. 쓰고 싶으면 쓰고, 쓰기 싫으면 말고.


이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도 감사하다. 지나온 나날들은 과연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시간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물론 본능적으로 먹고, 자고 하는 것을 매일 해왔겠지만 요새는 먹고 자는 것들은 본능에 충실한다기보다 규칙적인 생활에 맞춘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먹고. 그 모든 것들이 어찌 보면 내일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당장 배고파서 먹지만 사실 몇 시간 전부터 배고팠는데 정해진 시간인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잠이 영 오지 않아도 내일을 위해 일단은 잠을 청해야 하고... 잘 들여다보니 본능에 충실한 게 아니라 본능을 거스르고 있는 것 같다. 쉬는 것도 결국 내일과 앞으로 다가올 한 주를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억지로 쉬려고 하니 결국 쉬지 못한다는 걸 계속해서 느끼고 있으니까.


글쓰기를 본능이라 표현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픈 몸을 쉬게 하고자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있는 나를 일으켜 글을 쓰게 해 준 내 본능에 감사하다. 자꾸 미래만 생각하며 본능을 거스르려는 나에게 가르침을 준 것 같달까. 일요일만큼은 다른 요일에 억누르고 있는 나의 본능에 충실해야겠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결국 휴식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하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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