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34 >
"아빠! 꼭 끝까지 올라가야 해?"
"등산은 인생이랑 같은 거야.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을 때마다 참고 조금만 더 가다가 보면 어느새 정상에 와 있게 된다고. 빨리 가자. 엄마 기다리겠다."
"아니 어차피 올라갔다가 내려올 걸. 왜 올라가냐고?"
"올라가면 컵라면 파는데 엄청 맛있어.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올라가자."
투덜대는 아이의 등을 떠밀면서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산 정상으로 같이 옮긴다. 산을 잘 타는 아내는 먼저 올라간다고 했는데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끈기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등산을 끝까지 해야 할 이유를 말했지만 사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게. 내려올 걸 굳이 왜 올라가는 걸까?'
아내는 산을 좋아해서 가끔씩 나와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간다. 솔직히 나도 굳이 내려올 거 왜 산에 기를 쓰고 올라가는지 등산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를 어떻게든지 정상까지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등산은 인생이니, 정상에 컵라면이 맛있다니 하는 말로 설득해 보는 것이다.
아이와 힘겹게 산 정상에 오르자 가을이라서 눈앞에 펼쳐진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발 아래저 멀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펼쳐져 있다.
저렇게 작은 건물과 아파트, 도로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속에서 오늘도 아웅다웅,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면 짧은 순간이지만 내 고민이 작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잠시나마 자신을 내려놓고 멀리 떨어져서 세상을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때? 컵라면 맛있지?"
아내와 아이들과 땀을 흘린 뒤에 산 정상에서 나눠서 먹는 컵라면은 역시 꿀맛이다.
"왜 산에 오르나요?"
"Because it's there.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요."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려고 시도했던 산악인 조지 말로리가 남긴 말이다. 나는 목숨을 걸고 등산을 하는 전문산익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짐작해 보면 그에게 산은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게 만드는 존재였을 것이다. 도전의 대상인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도전한다는 것.
누군가 나에게 "왜 살아요?"라고 묻는다면 나도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인생이 여기 나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요."라고 말하면서 오늘도 한걸음씩 발을 내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