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05. 탈출

by 달여울 작가

05.

며칠 뒤 타구미는 이현과 이츠키를 민박집으로 불렀다. 부엌 식탁 위에커다란 주전자와 세 개의 머그컵, 그리고 오래되어 색이 바랜 지도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키타노카제 놈들로부터 미오를 구해낼 거다.”

타구미 씨는 그간 이현에게 말했던 것과 다르게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 미오를 구해내도 키타노카제 놈들이 끝까지 쫓아올 거라 하셨잖아요?"

"아버지? 이츠키에게 타구미 씨가 방금 그 말 한 거 맞죠? 어쩐지 어디서 본 듯 하더니. 두 분 많이 닮았어요."

이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맞아. 이츠키는 내 아들이야. "

"미오의 일에 섣불리 나섰다가 모두 위험할 수 있으니 나서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생각이 바뀌신 거에요?”

“가만히 있어서는 소중한 걸 지킬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됐다.”

이츠키의 말에 타구미 씨는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죠?”

이현이 마음이 급해서 물었다.

“일단 미오를 구해내고, 동시에 미오의 오빠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

타구미는 지도 위에 빨간 펜으로 원을 그렸다.

“여기 병원은 미오의 오빠를 옮길 수 있게 내가 미리 섭외해 놨어. 그리고 이쪽에 해안 마을에 내 친구가 있다. 오래된 민박집인데, 당분간 숨어 지내긴 괜찮을 거다.”

이츠키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말은 쉽지만, 그놈들이 가만두겠어요? 미오를 데리고 나오는 순간부터 우릴 뒤쫓을 텐데.”

"일단 두 사람을 구출한 뒤에 그 뒤는 내가 몸 담았던 조직에서 보호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비가 온다니 그날 실행하자."

세 사람은 각자 할 일을 나눴다. 이현은 렌터카를 빌리고, 차 안에 두꺼운 담요와 옷, 간단한 식량을 실었다. 이츠키는 병원 측과 연락해 미오의 오빠 진료기록 사본을 받았다. 타구미는 예전 조직에서 알게 된 ‘조용히 길을 터줄 수 있는’ 인물과 접촉했다.

토요일 저녁. 하늘은 해가 지기도 전에 어둠에 삼켜졌다. 바람이 갑자기 세지고, 거리의 가스등 불빛이 빗줄기 속에서 흔들렸다. 이현은 후드를 눌러쓰고 스스키노 뒷골목에 차를 세웠다. 비는 점점 굵어져 차 지붕을 두드렸다. 무전기에서 이츠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간다. 5분 후에 준비.”

술집 안은 네온빛과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이츠키는 능숙하게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바에 다가갔다.

“미오.”

그녀가 놀란 눈을 들었다.

“지금 나와야 해. 빨리.”

“이츠키, 안 돼.”

“타구미 씨가 기다려. 이현도.”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2분만.”

이츠키는 그녀를 화장실 쪽으로 안내했다. 화장실 창은 뒷골목과 이어져 있었다. 비 냄새가 문틈으로 밀려 들어왔다. 이현은 뒷문 옆 담벼락의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문이 열리고, 젖은 공기와 함께 이츠키와 미오가 안에서 뛰어나왔다.

“이현!”

이현이 미오의 손을 잡는 순간, 전에 봤던 양복 남자 두 명이 골목 끝에서 달려왔다.

“멈춰!”

남자 한 명은 이츠키가 상대했고, 이현은 다른 한 남자로부터 미오를 보호하기 위해 뒤에서 감싸 안았다. 그 때 옆 골목에서 타구미가 나타났다. 그는 우산대로 양복 입은 남자들의 손목을 차례로 내리쳤다. 금속과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남자들이 괴로워했다.

“쫓아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타구미의 목소리는 비바람 속에서도 뚜렷했다. 남자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 틈을 타 이현과 미오, 그리고 이츠키와 타구미는 골목을 빠져 나갔다. 이츠키가 운전석으로 뛰어들었고 모두 타자 급하게 차 문을 닫았다.

“손잡이 꽉 잡아!”

이츠키가 소리쳤다. 그들을 태운 차가 물웅덩이를 가르며 항구 방향으로 내달렸다. 와이퍼는 정신없이 앞유리의 비를 훑었지만, 시야는 여전히 희미했다.

미오는 이현 옆자리에 웅크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 이현이 담요를 덮어주자, 그녀는 손끝으로 그의 소매를 잡았다.

“고마워요. 하지만 이걸로 끝나지 않아.”

“끝내면 되요. 우리가.”

한 시간 후, 차는 작은 해안 마을의 민박집 앞에 멈췄다. 타구미의 친구인 주인은 말없이 방 열쇠를 건넸다.

“여기선 며칠은 안전할 거다.”

타구미가 말했다. 이츠키는 병원 기록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건 내가 챙겼어. 오빠는 놈들이 찾지 못하는 안전한 병원으로 옮겼으니 괜찮을거야.”


그걸 본 미오는 고개를 숙였다.

“다들… 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예요?”

“네가 우리 사람이니까.”

이츠키가 대답했다. 그 말에 이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의 깊은 곳에 계속되는 울림이 있었다.

'네가 우리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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