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강원도 정선 달여울 마을
마을을 포대기로 감싸듯이 강이 흐르고
여울마다 시린 달조각들이 부서지는 곳
온 마을 한 눈에 담기는 언덕 위 교정에서
수업 끝 종소리가 언덕 아래로 울려퍼지면
사잇길마다 내달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푹신한 볏짚 넣은 비료포대 눈썰매를 타던
마을 앞동산에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면
눈 녹아 스며든 자리마다 냉이 달래가 자라
한 바구니 가득하게 캐어 담은 봄 향기들
여름방학 숙제는 이미 잊은 지 오래여서
냇가에서는 반두를 들고 몰아라 들어라
첨벙첨벙 피라미떼와 벌이는 술래잡기에
강에서는 한 나절 자맥질하다가 지치면
아카시아 그늘 밑 단잠 속으로 다시 유영
강건너 산허리부터 후드득 소나기 밀려오면
우물지붕 찾아서 호들갑떠는 요란한 뜀박질
가을햇살 따라서 얼굴도 곡식도 익어가면
여름내 밤송이처럼 속이 여물어진 손으로
무던한 아버지 엄마 따라서 거두는 나락들
산그늘 깊어서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어
눈싸움에 얼음 썰매를 한바탕 지치고는
꽁꽁 언 손발을 동동거리면서 집에 오면
가마솥 한가득 엄마가 끓인 뽀얀 순두부
하루 걸러서 오는 손님 같은 함박눈에
마을도 아이들도 하얀 꿈 속에 잠기지
새 봄은 오고 달여울 마을이 하얀 잠에서 깨면
수줍은 소녀 같은 사과꽃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가지마다 싱그런 웃음 헤픈 풋사과로 열었다가
오는 가을 겨울엔 하얀 달조각과 눈꽃 점점이 박힌
빠알간 그리움으로 시나미* 익어가겠네
* ‘천천히’ 라는 뜻(강원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