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벌써 다섯 번째 남자다.
이번에 바뀐 연적은 지난번 녀석만큼이나 잘 생겼고, 잘 웃고 도대체 아내에게 화를
내는 법이 없고 언제나 다정하다.
아내는 왜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또 한 녀석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번번히 다른 녀석들로 옮겨가면서 반하는 것일까?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속에서 실제로 아내가 두 남자와 결혼을 해서 살아간다는 결말로 끝난다.
다행히 나의 경우는 결혼이 아니고 그저 사랑에 빠지는 일이고, 그것도 아내가 사랑에 빠진 남자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서 현실에서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저녁에 퇴근하면 아내는 드라마에 빠져서 남자 배우들의 준수한 외모와 다정함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한다. 나도 관심있는 드라마일 때는 아내 옆에서 진득하니 같이 볼 때도 있지만 대개는 아내 혼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드라마에 몰입한다.
"우리 *** 참! 잘 생겼네."
드라마가 끝나면 아내는 꼭 이런 말을 하면서 그 남자 배우와 나를 번갈아보면서 비교한다. 그러면 나도 연적에게 그냥 질 수는 없다.
"***이 나처럼 생기지 않았어? 아니지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이 날 닮은 건가?"
그러면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는다. 나는 아내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이 좋다. 드라마에 빠져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크게 우스운 장면들이 아닌데도 큰 웃음 소리를 내면서 보고 있을 때. 그럴 때 아내는 정말 행복해 보이고 사랑스럽다.
되돌아보면 연애를 할 때 아내의 집 앞까지 데리러 가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지 아내의 큰 웃음소리가 현관 문을 통과해서 들리고는 했었다. 나는 아내가 또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더라도 괜찮다. 드라마가 끝나면 아내는 아마도 또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빠질 것이고 그 연적은 금방 버려질 것이다.
아내에게 힘든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게 만들고 행복함을 주는 드라마 속 그 녀석. 밉지만 꼭 밉지만은 않은 나의 연적. 아내가 드라마에 빠져 있을 때면 나는 가끔 커피를 내려서 조용하게 내민다.
"***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하면서. 물론 그 뒤에 이런 말도 덧붙여 보고 싶긴 하지만 참는다. "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