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들 목욕시킬 필요 없네!"

토론토에서 살다 간 코미디언 이기철

by 황현수

“이보게들 목욕시킬 필요 없네!”

인도에 세명의 수도승이 있었다.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웃는 세 수도승’이라 알려졌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하나 저작거리에 나가 큰 소리로 웃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하나 둘 그들의 웃음에 전염되어 나중에는 마을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세 수도승을 사랑하였다. 웃음 자체가 그들의 사명이요 메시지요 가르침이었다.


어느덧 그들도 늙어 세 사람 중의 하나가 죽음을 맞이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모여들었는데, 나머지 두 수도승이 친구의 시신 옆에서 배꼽 빠지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당황하여 이유를 물으니, “우리는 단지 이 친구가 이겼기 때문에 웃는 것이요. 우리는 셋 중 누가 먼저 죽을지 늘 궁금했었소. 이 친구가 이겼소. 그를 마지막으로 환송하는 마당에 웃지 않고 달리 무얼 한단 말이오.” 그는 죽으며 친구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이보게들, 수의로 갈아 입히지 말게. 그리고 목욕시킬 필요도 없네. 난 한 번도 더러워진 적도 없잖아. 평생 웃음 속에서 살아왔는데 더러운 것이 쌓일 틈이 있었겠나?”


두 친구는 그 뜻을 따라 시키는 데로 장작 더미 위에 그를 뉘었다. 막 불을 붙이자 갑자기 뻥뻥 뻥하면서 폭죽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몸속에 폭죽이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화장터는 일시에 웃음이 터지며 축제에 휩싸였다. 죽은 뒤의 몸 마저 바쳐 자신의 마지막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는 동화 이야기이다.

옛날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연기자들이 넘어지고 자빠지며 온 몸으로 연기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요즈음에는 한참 잘 나가던 곽규석, 구봉서, 이주일, 서영춘, 배삼룡, 이기동, 남철, 남성남, 배일집, 배연정, 김병조, 임하룡, 김형곤, 심형래 등의 코미디언들을 보기 어렵다. 이들 중 벌써 고인이 되신 분들도 있지만, 그들이 출연할 코미디 프로그램 조차 볼 수 없다. 이른바 ‘코미디언의 명퇴’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 젊은 개그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이다. 시청자들이 가벼운 소재의 개그를 선호하면서 코미디 프로는 자취를 감춘다.

많은 코미디언들이 새로운 길을 찾는데 코미디언 이기철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기철은 제주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1967년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1974년에 MBC 코미디언 특채로 ‘웃으면 복이 와요’ ‘일요일 밤의 대행진’등에 고정 출연했으며 1975년에는 MBC 코미디언 신인상을 수상한다.


이기철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며 꾸준한 방송을 했기에 웬만큼 나이 든 분들은 누구나 기억한다. 그는 실눈 뜨기와 감초 같은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방송 출연이 뜸해지자 냉면집을 운영하여 꽤 돈을 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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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캐나다 온 그는 처음 밴쿠버에 거주하다가 아이들의 학교를 따라 2001년 해밀턴으로 이주한다. 오는 3월 2일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지난해 이곳에서 위궤양 진단을 받고 한국으로 가 식도암으로 투병하다 생을 마감한다. 평소 그를 아꼈던 동료 코미디언들은 그를 코미디언장으로 치러 애도했다.


그는 이곳 토론토 교민들을 위해서도 크고 작은 공연에 출연하여 웃음을 주었다. 희극인들은 죽어서 천당에 간다고 한다. 살면서 남에게 웃음을 주는 선행을 많이 했기 때문이란다. 한국 코미디계의 작은 별, 이기철이 우리와 함께 했었다는 기억을 마음속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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