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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Sep 18. 2020

혼자 걸어도 좋지만,  함께 걸으면 더욱 좋아요[2]

토론토 둘레길 <슈가 부시 트레일>

마운틴이라는 잡지에서 엄홍길 대장이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인간은 왜 걷습니까? 아니 왜 걸어야 합니까?” “걷기는 제게는 명상이자 치유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나 잘 풀리지 않던 고민도 걷다 보면 스스로 해답이 나오거나 저절로 풀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합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아무리 끙끙거려도 집중할 수 없던 게 걸으면서는 신기하게도 절로 명상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걷기는 제게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몸과 마음의 힐링인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말합니다. 자연에서의 걷기, 즉 길은 제게는 인생의 학교이자 병원이자 명상의 쉼터라고요.”


올레길은 서명숙이 만들었다. 아니 길은 원래 있었고 그녀가 이름을 붙였다. 제주 출신인 그녀가 올레길을 만든 건 운명이라고 한다. 느리게 걷기를 주장하는 그녀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기자로 시간과 싸우는 삶을 살았다. 15년 만에 여성 최초로 편집장이 될 정도로 날이 서는 나날을 보낸다.  편집장 시절에는 아랫사람들을 몰아붙여 ‘왕뚜껑’,‘마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어느 날 문득, 일에 중독된 자신이 너무 한심해 사표를 내고 무작정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 그곳에서 보낸 36일은 그녀의 삶을 바꿔 놓는다. 인간과 자연의 속도, 리듬을 찾았다. 자연이 주는 위안, 평안, 행복을 경험한다. 그리고 고향인 제주를 찾는다.

제주 올레길은 고국의 걷기 문화를 브랜드화한 서명숙이 만들었다.

바로 시작한 것이 올레길 찾기다. 자연의 속도를 찾아 주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느리게 걷기이다. 이후 걷기 덕분에 성격도 둥글디 둥근 오름처럼, 알작 알작 둥근 소리를 내는 조약돌처럼 무뎌졌다고 한다.

1957년 제주도 성산읍에서 태어나 서귀포에서 쭉 자랐고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30년간 서울에 살다가 2007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주 올레길 이사장을 하고 있다.


그녀는 기자생활 20여 년 동안 책 한 권 쓰지 못했지만, 올레 관련 책은 벌써 3권이나 냈다고 자랑한다. 그만큼 지금의 인생에 만족하고 있다는 거다. 그런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바닷가 작은 집에서 테이블 하나짜리 레스토랑 해보고 싶단다. 아주 작은 식당, 언제든지 문 닫고 여행을 떠나도 되는 그런 식당을… 그녀의 꿈은 어릴 적 소설가에서 이젠 식당 주인으로 바뀐 셈이다. 꿈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아니 길을 걷다 보면 그녀의 꿈은 이뤄질 것 같다.

슈가 부시 트레일(Sugarbush Trail)은 하이웨이 7(HWY7)과 베서스트(Bathurst St)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있다.

토론토에도 올레길을 본 따 2019년 6월에 <토론토 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이 행사는 주로 주중 오전에 함께 걷는 프로그램으로 동네 근처의 공원이나 트레일을 약 1시간 30분 정도 함께 걷는 것이다. 모든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고 참여하는 회원들에게는 한카 노인회에서 간단한 음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걷기 행사는 리더가 필요한데 선뜻 자원봉사자로 응해 주신 김인환, 형민, 안진규 등이 도와주어 행사의 뼈대를 세웠다. “평소에 집 근처에 다니던 둘레길을 동네분들과 함께 걸으면 된다”는 말로 도움을 청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일이 좀 커져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올해는 코비드 19로 <토론토 둘레길 걷기> 행사는 정기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지난해 다니던 코스를 다니다 보면 부부끼리 걷는 회원들을 만날 수 있다. 요즘은 형민 리더 부부와 주 1회 정도 슈가 부시 트레일을 걷는데, 천천히 걷다 보면 건강도 챙기고 답답한 마음도 한결 풀어지는 것 같다.


리치먼드 힐에 있는  슈가 부시 트레일(Sugarbush Trail)하이웨이 7(HWY7)과 베서스트(Bathurst St)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있는데 총 3.1Km의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하이웨이 7(HWY7)과 베서스트(Bathurst St)에서 서쪽으로 약 1Km 정도 가서 오른쪽에 엑소(ESSO) 주유소가 보이면 쏜힐우드스(Thornhill Woods Dr)를 끼고 우회전 해 약 5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슈가 부시 공원(Sugarbush Park)이 보인다. 공원 주변으로는 타운하우스와 두 채 한집 스타일(detached two-storey homes )의 하우스 단지가 있다. 이곳은 공원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탁월한 녹지 공간을 지녔다.

 

슈가 부시 트레일은 코스가 짧고 오르막이 없는 평지여서 지그재그 형태로 왔던 길을 두세 번 왕복하는 형식으로 트레킹을 하며, 약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트레일 입구부터 15M 이상의 나무들로 형성되어 있어 트레일 하는 동안 하늘 보기가 쉽지 않고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입 소문이나 요즘은 타 지역 주민들도 멀리서 원정 올 정도로 산책길이 잘 손질되어 있다. 산책길은 약간의 부엽토와 진흙, 흙마사가 섞인 길이어서 걷기에 편하고 푹신하다는 느낌이 든다. 숲 전체가 높은 나무속에 가려져 있어 조금 습하지만, 벌레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가끔 가다가 개들을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대개 개 주인의 끈에 묶여 다닌다.


코스가 짧고 오르막이 없는 평지여서 지그재그 형태로 왔던 길을 두세 번 왕복하는 형식으로 트레킹을 하며, 약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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