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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Jan 11. 2020

3년만의 한국방문기 1

한국과 미국, 남대문 안경, 내 눈의 풍경-검은 패딩


이민 6년차의 공식

    최근 우연히 채팅방에서 이런 말이 내 손에서 튀어나갔다.

미국 = 일(돈) + 남편
 한국 = 친정식구 + 친구들

무척이나 간단해 보이는데, 이 공식이 바로 내 삶을 요약한 게 아닐까 싶다. 일이 없다면 살 수가 없다. 난 돈벌이 없이 살 수 없는 경제적 동물이다. 남편 없이도 살기에 꽤나 힘들다. 남편은 그만큼 또 내게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이자리를 빌어 말해유. 남편님아, 나랑 살아줘서 땡큐여! 근데 너도 알아둬. 나 역시 괜찮은 사람이얏!) 이민 육년차 내 삶에 한국 방문이 이뤄졌다. 삼 년만의 방문이다. 현재 내 심정은 '아, 왜 나는 어딜가도 어리버리하지? 우쒸....." 이런 마음과 "그래도 모국이라 좀 맘이 풀리네~~~"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어딜가도 어리버리, 이제는 즐겨보자 그런 태도도!

    일단 삼년만에 왔고, 고작 일 주일이 지났다. 참고로 고작 이 주 밖에 못 있는다.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일 년에 2주 휴가를 얻는게 맞는데, 그래도 한국에 왔으면 3-4주는 있고 싶다. 어쨌건, 이번 한국 방문의 목표는 '그리운 가족과 친구 만나기'였다.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그리운 가족 만나기. 가족은 언제나 극적인 드라마가 있다. 이 것도 글로 풀어야 하는데......

    미국살이 6년을 하고, 삼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더니 나는 이 곳에서 외국인 여행자가 되어 버렸다. 이 곳에 살지 않으니 세세한 정보를 모른다. 삶의 터전이 바뀌었는데, 이전 터전에 돌아와 여행자처럼 있으려니 기분이 묘하다. 이 땅 저 땅, 이 나라 저 나라를 기웃거리며 한 곳에 아주 깊이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멀리 멀리 머얼리 보면, 뭐 그리 이땅 내땅, 바로 이 곳이 내땅, 이런걸 부여잡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그냥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한 인생을 에어 비앤비처럼 산다 생각하자. 유랑인의 자유로움을 가져보련다. 또한 내게 '모국'이 되어 버린 한국에 왔더니, 실은 시계를 돌돌 말아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하고, 미국에서의 시간이 훌러덩 케이크의 한 조각을 덩어리로 툭, 잘라낸 것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 남은 쉬폰 케이크의 옛맛을 추억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도, '아, 내가 6년전만해도 매일 매일 7시 전에 이걸 탔었는데..... 2년도 안되는 직딩의 시간이었지만, 진짜 그냥 출 퇴근만으로 잘했어.'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노동 문화에 비해, 한국의 노동 문화는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서울 직딩의 삶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일을 잡았다. 그걸 공식으로 써 보니 아래와 같다. 내가 주관적으로 본 한국과 미국 살이의 넘어야 할 언덕들이다. Dead End는 커리어가 한번 끝이 나면, 그 뒤로 회복하기가 상당히 힘들거나 한번 한 일이 다음 단계의 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

미국 = 때로는 극심한 외로움 + 이민인의 설움 (사회적 마이너리티)
한국 = 하드 코어 노동 문화 + Dead End  
   14시간 비행 후 인천 공항에서 버스를 탔더니......

현재 내 느낌은 "아, 정말 난 너무 미국에 적응하느라 머리를 그쪽으로만 썼나보다. 내가 왜 이렇게 느리고, 적응이 안되지?" 이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말그대로 고요 그자체이며, 타인의 방해가 거의 없고, 사람 구경 조차 쉽지 않다. 또한 아시안이 많지 않은 백인 중심의 문화에 있다가, 13시간의 비행을 하고났더니, 공항에서부터 98프로가 아시안이다.


    남대문으로 향했다.  

    남대문은 해외 방문객들로 말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내가 남대문으로 향한 까닭은? 이민자로서 필수품인 안경! 미국에서 한번 안경을 하려 했더니, 코스코에서 테까지 포함해서 260불을 달랬다. 알만 교체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코스코에선 '우리 가게에서 사지 않은 안경테 알을 바꾸려면 추가로 몇십불을 더 내야해요.' 한다. 안경 산업은 한국이 소비자에게 딱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간 곳. 친절한 아저씨인데 상술이 엄청나셨다. 그래도 쪼금이라도 깎으려는 나의 노력으로 알을 바꾸는데 23만5천원이 들었다. 한 개는 안경 알 (4번 압축과 블루 라이트 포함), 그리고 두 개는 선글라스 안경 알. 아하하하하하하하. 원래는 테도 바꿀까 생각은 해 봤는데, 에잇. 테는 기존에 있는걸로 하자. 미국에선 알과 테 하나만 하는데 260불 달라하였는데, 발품팔아 남대문으로 가길 잘했구나!


갈치조림과 관광 상술

    남대문에 몇 번 간적은 있으나 갈치조림을 먹어본 적은 없다. 해외에 살면 가장 고픈 것중 하나가 한국 음식이다. 뭔가 더 맛날것 같고... 가장 차이가 있는건 이상하게 한국에 있는 식당에서 나오는 밥은 뭔가 모르게 찰지고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는 것. 이번 갈치조림 식당에서도 맛본것중 참말 군침이 돈것은 말도 안되게 이 밥이었다. 흰쌀밥이라 '살찌니 먹지 말아야지!' 하는 굳은 마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한숟가락 뜨고 나니 순식간에 호로록 입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당당히 혼자 갔다. 갈치골목에는 손님, 특히나 돈이 되는 단체손님을 자기네 식당으로 끌어들이려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기싸움이 엄청났다. 내 기준에 맛난 식당은 '사람 많은 곳’ 이라, 식당 이름도 안보고 들어갔다.

    9천원짜리 갈치조림을 시켰다. 먹을만한 음식. 그렇다고 아, 넘넘 맛나! 이건 아니었다. 그래도 '어디가면 무슨 음식'에 대한 한은 없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나라에서 공급해 주나, 저 패딩은?

    이번 한국방문에서 가장 눈에 자주 들어오는 풍경은 십대 아이들, 특히 남자 중고등학생들이 입는 검은색 긴 패딩이었다. 너무도 많이 보아서, '저건 정부에서 무상 공급해 주는건가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 이 풍경은 내 눈에는 너무도 '천편일률'적으로 보였다. 아니, 어떻게 애들이 이렇게 교복처럼 똑같이 입고 있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다가 지금 드는 생각은 '정말 한국은 유행에 민감한게 아닐까?' 하나 하면 다 우르르 해보고 싶은 마음. 이런걸 나쁘다 좋다 라고 말할건 아닌것 같다. 말로 딱 꼬집어 설명하기 힘든 어떤 문화적 부분이 아닐까. 하나가 유행을 타면, 다른 사람들도 쫘악 해 보고 싶은 마음.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이것이 딱히 한국인만의 특성인가? 그건 아닌것 같다. 미국인들도 보면 하나가 유행하면 많이들 입고 다닌다. 파타고니아, 노스 페이스, 캐나다 구스... 다만 한국은 그 농도가 진해보인다.

*이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 (조소현)에게 있으니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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