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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Sep 06. 2021

캘리포니아 한인 미용실 후기

관리못해 고민이던 긴머리, 240불로는 짧은 단발만 가능

미국에 살면서 미용실에 가서 마음 편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한인 여자의 몸과 머리카락. 분명히 내것인데, 왜 이런 곳에만 가면 나는 작아지는가…… 미국 내 한인 미용실에서 나는 고갱님이 아닌 호갱님이 되는 것만 같다. 이유는 1. 미국내 한인 미용사의 훌륭한 기술력은 너무나 빛을 발하기에 오히려 미용사님의 ‘갑스러움’이 판을 친다. 2. 아무리 서비스가 바닥일지라도 미국에서 서비스업에 대한 팁은 20%가 기본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자신이 한 서비스에 대한 댓가로서의 팁이 아닌 ‘으레 당연히 손님에게서 받아야 할 의무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준 건 없는데 받으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좋은건  따듯한 햇살이지만 힘든  가끔씩 살인적으로 느껴지는 물가다.  베드룸 아파트인데 월세가 천오백불이 넘고, 이빨 하나 뽑는데만 육백불이 든다. 그런데 최근  신경을 자꾸 쓰이게   이놈의 머리카락, 헤어 스타일이었다.  앞에 하는 직업이다보니, 아침에 앞에 서면 짜증이 일었다.  엄청난 곱슬의 반란. 너무 부시시해서 보기만해도  자신이 싫어지는 엄청난 곱슬머리.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내머리는 ‘반곱슬이라고   ‘이라는 접두어를 고집했었다. 그러면 뭘하나…. 한숨이 나왔고, 이번 휴일을 이용해 거금을 들여서라도 곱슬을 잡아보리라 다짐했다.


  캘리포니아에 와서 갔던 일번 미용실. 그곳에서 두번의 파마를 했다. , 남편이 머리를 잘라야 해서 갔던 영번 미용실이 먼저다. 비싸기로 유명한 땅에 ‘Cho’s Salon 미용실이런식으로 번듯한 한글을 보니 참으로 반가웠다. 다만  간판이 어딘가 팔십년대에 만들어졌을법하다는 것에 힌트가 있었다. 미용분은 아무리 좋게 봐도 예순 다섯은 훌쩍 넘어 보이셨다. 실력이 있다면 나이가 문제랴. 그런데 나중에 남편의 말을 들어보니 가위를  손이 미세하게 덜덜덜 떨리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깜놀한 부분은 남자 헤어컷에 사십오불을 요구하셨다.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가격을 부르고는 계산을  우리에게 그녀가  마지막 인사말은 교회에 나오시라는 . 그렇지. 여기가 미국이지. 기술로 돈벌고 종교활동으로 마음을 다잡는 . 하지만  속에  같은 사람도 있다. 인문학으로 그래도 직업을 구했고, 교인으로 일요일엔 전자책으로 한국어 소설을 읽으며 유유자적하는 인간.


영번 미용실 다음으로 경험한 일번 미용실의 위치 또한 백인 부자들이 많이 가는 동네이다. 산에 둘러 싸여있는 포근한 위치.  곳에서 일번 미용사님은 자신의 여동생의 미용실에서 부스  칸을 대여해 손님을 받으신다. 미용님은 예순이 넘으셨고 여동생 미용사님은 비싸기로 소문난 프랑스제 고야드 백을 들고 다니시고 백인 손님을 대할때의 영어를 들으니 한국어 엑센트 하나 없이 유창하고 훌륭하시다. 기술력에 언어에 좋은 위치까지 선점하셨으니 일개 손님인 내가 그분의 눈에 들리가 만무하다. 심지어 나는 그분 언니의 손님이니, 나를 투명인간 취급함이 마땅한거겠지…… 일번 미용사 분에게 이번에 가지 않은 이유는 마치 내가 그분의 시중을 드는 기분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많은 것을 바라는  아니지만 그분의 말투나 나를 대하는 태도는 ‘돈없는 고학생 대하는   태도다. 심지어 한번은 남편과 가서 남편도 머리를 깎는데 마지막에 무스를 바르는 단계에서   질문을 했다.

-무스를 발라 드릴까요?

-.

남편이 대답했다. 그럼 그냥 발라주시면 되지 않나? 그녀의 두번째 질문은

-손님이 직접 바르실래요? 제가 발라 드릴까요?

조금 당황스러웠다. 굳이 저렇게까지 질문하시는건 ‘난 좀 발라주기 귀찮은데……’처럼 들렸다.


 일번 미용사 분에게서 두번의 파마를 했는데나의 곱슬은 여름이 시작되고 상태가 말도 못하게 되었다. 이곳은 아침에는 언제나 안개가 끼는데, 그런 날에 나는 점점 시사 평론가 ‘@ 되어가고 있었다. 머리는 어깨 아래를 지나왔는데, 도무지 관리가 안되었다. 머리를 말리고 빗질을 할때면  엉킨 머리를 푸느라 자꾸 시간이 갔다. 그러면서도  긴머리가 싫지는 않았다. 아직은 ‘내가 그래도 여자스러운 면모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치뽕짝스러운 생각이었다. 일에서 찰랑대는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선생님들이 눈에 띄였다. 다만  정도를 유지하려면   미용실 가면 삼백은 줘야 한단다. 삼백. 한국돈으로  삼십삼만원……


이번 노동절 연휴에 이 머리를 어떻게 해 보고야 말겠다 생각하고 볼륨 매직 volume magic 으로 검색했더니 250$이 기본이었다. 다섯 군데 전화를 걸었다. 같거나 더 높은 대답이었다. 후덜덜한 숫자다.

그리고 결국 이번 nr2 미용실 이번에 가서 머리를 했다.

-차라리 세팅 펌을 하세요. 제가 가격을 좋게 해 드릴게요. 삼백 이십.

-죄송한데요 그냥 원래 하려는 볼륨 매직으로 할게요.

사실 내가  저렇게 저자세로 나갔는지에 대해선 나도  말이 없다. ‘죄송한데요’라니…… 내가 뱉어놓고도 참 스스로의 한없는 저자세가 싫었다. 한국에선  외모평가를 당하는게 일상이고, 조금이라도 통통, 퉁퉁, 과체중이면  시선 폭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에서 그런 시선에서는 좀체 노출이 안되나 싶다가도 이렇게 한인 미용실에 와서 미용사의 갑질스러운 공격을 당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녀는  말을 알겠다고 하더니, 그럼 단발이에요. 하더니 내가  라고 작게 말하자마자  머리카락을 가차없이  대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니 정말로 거울을 깨거나,  자리에서 내몸에 있던 가운들을 버리고 후다닥 미용실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었다. 세상에나…… 머리를 잘라도 너무 짧게   버린 것이었다.

그 후에 거의 두시간 내내 나는 아무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머릿속으로 팁을 얼마나 줘야할 것인가. 현금으로 내면 십불 깎아 준다는데 이백사십만 낼까. 아니야. 그래도 사람일 어찌될지 모른다 안하나……여기에 또 올 수도 있지 않나……

완성된 머리를 보고 있자니 솔직히 울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어머, 짧은 머리가 적응이 안되시나봐요……


그리고 나는 계산할때 이백오십이라고 하길래, 그쪽에서 보내준 현금 계산시 십불 할인 문자를 보여줬다.  핸드폰을 들고 ‘원장님 가서  문자를 보여주고 허락을 맡더라……  언니도 뭔가 너무 허술하다.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내눈을 보고 말하지도 않았다. 나는  240 냈다.

-팁은요?

-팁은 서비스에 만족할 때 주는거에요. 이건 제가 원하는 머리가 아닙니다.


이러고 도망치듯 나왔다. 황망해하면서도 약간은 동의를 하기에 반박하지 못하는 그녀의 푸른 서클렌즈를 뒤로한채로.


*이 글의 내용과 사진을 함부로 도용하지 말아 주세요. 저작권은 조소현 Joy Lee에게 있습니다. 퍼가실때 꼭 출처를 밝혀주세요.

자연을 보며 캅캅하고 텁텁한 마음을 덜어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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