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 초등학교 유치반 협조교사의 기록
오늘은 다섯째 날이다. 지난주 수,목,금 그리고 이번주 월, 화 총 5일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담임 교사는 5세 아동들에게 숫자를 알려주면서 '너희들이 여기 온 지 오일째 되는 날이란다!'라고 말했다. 와, 벌써 오일째라니...... 일상을 꾹꾹 연필심을 눌러가며 글을 쓰듯 열심히 산 기분이다.
#사회화의 중요성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오 일을 만나는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오 일이 되는 오늘 처음으로 이 아이가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야호! 사실 이 아이가 입 밖으로 말을 하는 건 본 적이 없었기에,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사회화가 중요하다. 주변에 사람이 있고 어울려야 하나보다. 만약 이 아이가 집에만 있었다면 이런 변화가 느리게 오지 않았을까? 이 아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자신의 바지 안쪽을 쥐는 행동을 한다. 교사들이 아이에게 '화장실 가고 싶니?'라고 물어야 그제서야 고개만 끄덕인다.
#체육 선생님의 인내심과 지혜
오후에 체육 시간이 되어 체육실에 들어갔다. 늘 담임 선생님 말을 듣지 않고 주변을 맴돌기만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온 몸으로 화를 내는 이 아이. 체육실에 들어오니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 선생님이 색색깔의 작은 콘들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장난을 치면서 모든 콘들을 전부다 손으로 넘어뜨리면서 뛰어 다녔다. 그 몇초의 순간들이지만, 만약 내가 이 체육 선생님이었다면 정말 아이한테 크게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아니면 울고 싶었을 것 같다. 자신이 준비해 놓은 수업 준비를 모두 망가뜨린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의 인내심과 지혜가 발휘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부르며 쫒아 다니며 제지하려고 했지만 이 아이는 신발도 한짝만 신고 체육실 여기저기를 뛰어 다닌다. 그리고 다른 열 댓명의 아이들의 모든 시선들도 이 아이의 손끝에 가 있었다. '얼마나 더 말썽을 부리려나?'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체육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자,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조용히 잘 앉아 있는 친구가 한번 손을 들어 보세요. 오, '갑' 학생, 좋아요. 그럼 일어나서 빨간색 콘들만 다 주워와 주세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아이들을 집중시키게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세가 교정되고 그들의 자발성으로 체육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콘들을 모두 모을 수 있었다. 역시, 교사의 일은 정말로 많은 재능과 기술, 인내심, 경험등을 요구한다.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다만 그들의 행동을 어덯게 저지/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제도 마찬가지로 오늘도 일부 아이들의 행동은 여전했다. 노, 노를 계속 외치고 물건을 마구 던졌던 아이는 오늘 말없이 교실 밖을 뛰쳐 나가 버렸고, 협조 교사인 내 일은 그 아이 뒤를 쫒으며 계속 달래고 어루는 것이다. 학교 건물 전체를 한바퀴 돌고 있는데, 한 교실에서 처음 보는 교사가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주스가 들려있다. '여기 주스가 있는데,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만약 너가 뛰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 너는 이 간식을 즐길 수 있단다.' 라고 말해서 우리는 함께 그녀의 교실로 들어갔다. 한 구석에 'Calm down zone'이 있었다. 10분간 타이머를 켜 놓고, 이 아이는 책상에 앉아 주스를 마시면서 책을 읽으며 진정을 했다. 이 선생님은 일부러 차분하게 하는 첼로 클래식 음악을 켜 놓아서 그녀의 교실에 앉아 있는것만으로도 내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이 아이의 행동은 하루 종일 내내 바뀌지 않았다. 다시 담임 교사가 있는 원래 교실로 들어갔고, 담임 교사에게서 간식도 두 개를 받아 먹었음에도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배가 고프다'며 소리를 지르고 가방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 학교의 교사들간의 협력과 네트워크가 무척이나 단단해 보인다. 아무래도 나는 협조교사/대체교사이기에 내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교실 상황에 대해 함께 이야기/보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교실에는 교장, 부교장, 특수 교사들이 항시 왔다갔다 하고, 도저히 아이의 행동에 변화가 없으면 옆 반으로 보내서 그 곳에서 10분간 휴식/반성을 취하게 하기도 한다. 그 반대의 상황도 있는데, 고학년 한 아이는 늘 행동 교정을 위해서 담임 교사 반에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와 앉아 있거나, 아동용 놀이를 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이 학생은 외관상으로는 적어도 4,5학년은 되어 보인다.
#눈과 눈의 마주침
어쩌면 인생의 상당부분이 인간과 다른 인간의 교감/관계로 이루어지지 않나 싶다. 그런데 특히나 사랑이 필요한 이 학교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더 많은 교감이 필요한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더욱 더 많은 교감을 위해 눈을 마주치는 일을 더 자주하려고 애썼다. 담임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만 쫒아 다니며, 수백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내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안되지 않은가. 오히려 조용한데 교사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도 신경을 쓰고 싶었다.